사라진 자기 확신은 어떻게 하면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다시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나다. 경험주의자이기도 하다. 경험에 대한 믿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흔살 넘게 정립된 가치관의 단단함도 믿었었다. 내가 선호하는 바운더리와 선호는 아니지만 해볼만한 바운더리, 뭔가 아리송하고 내 길이 아닌 듯한 바운더리, 이 3가지 항목을 두고 늘 선택해왔다. 요즘은 이 세가지가 뒤죽박죽된 느낌이다. 사람은 그래서 배우는 것 같다. 자기가 믿어왔던 것과 늘 열외시켰던 것의 전복. 작년까지는 늘 새해 계획을 세웠었다. 그리고 분기별 계획도 세웠었다. 계획과 함께 지난 분기의 실천 사항에 대한 복기도 잊지 않았다. 새해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일까.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다. 계획 후의 (생각대로 되지 않음에 대한) 실망보다 알찬 일과의 (예상에 없던) 무계획에 기대고자 한다. 그러면 '될 대로 돼라' 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과한 기대보다 성실한 체념이 나에게 필요해 보인다. 25년은 성실한 체념으로 살자.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모두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