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라인의 3층에는 80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신다. 하나뿐인 외아들이 외국에 살다보니(자식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자식이 있더라도 분가해 살테니) 노년의 어르신이 디지털 블랙홀?에 빠질 때면 가끔 우리집 문을 두드리셨다.(벨이 없기에 진짜 두드리신다) 핸드폰에 뭐가 안 되는데 봐달라고 하셔서 두세번 정도(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궁금증을 포기하지 않으셨을까 짐작해본다) 봐드렸는데 이런 어려움이 비단 3층 할머니, 할아버지께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당장 우리집만 해도 70대이신 엄마가 행정복지센터의 수업(오프라인과 온라인 신청이 50%씩인데 그 비율이 합당한지 종종 의문이 든다)을 신청하기 위해 나에게 부탁을 하니 말이다. 유튜브에서 치매예방센터의 건립을 막는 60대(후반처럼 보이셨다) 할아버지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얼굴이 모자이크처리되진 않았는데 댓글의 80% 이상이 '그렇게 먼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이기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설은 내 집 근처에 지어서는 안 된다는. 내가 만약 집을 가지고 있다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물론 어딘가에는 지어져야 할 시설이므로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설로 인해 평생 고통받는다면?(비행장 근처에 사는 주민의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얼핏 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면 그러한 시설이 들어와도 괜찮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은 나이브한 것일까? 나는 늙어도 그런 시설을 사용할 일이 없을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 그런 인터뷰를 당당하게 한 것인지 그 할아버지의 심리가 궁금하다. 우리는 태어난 이상 늙어간다. 몸과 마음의 생기를 잃어갈 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자를 위한 케어 센터가 전국 곳곳에 잘 마련이 되는 것은 그 약자와 연결된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개인의 이기심과 공공의 필수 시설이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할아버지 본인이 치매에 걸려도 그렇게 당당하게 반대할 수 있을지 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