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탕(+남자 탈의실)이 궁금하다. 이유는 여자와 남자가 다른 만큼 하나의 성으로 가득찬 공간에서 풍기는 특성과 분위기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 탈의실 풍경이기보다는 여자 탈의실의 인구고밀도를 자랑하는 거울 앞에서의 풍경을 기록하고자 한다. 나는 원래 샤워를 하고 드라이를 하지 않았다. 그냥 머리가 젖은 채로 집에 갔는데 출근을 하고부터는 나의 내추럴함이 사회적 풍습과 도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드라이기를 갖고 다닌다. 사실 여성들에게 개인 드라이기는 놀라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몸을 씻는 90% 이상의 여성들이 개인 드라이기를 갖고 다니며 머리를 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그 비주얼만 보면 운동을 마치고 나왔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운동과 샤워, 꾸밈까지가 한 세트인 것이다. 대체로 출근 시간의 탈의실 거울 앞은 전쟁과도 같다. (6시 타임 운동반이 씻고 거울 앞에 서게 되는 6시 40분쯤에서 7시 20분까지의 시간에) 약 30명의 인원이 차례대로 머리를 말리는데 반라와 전라가 뒤엉킨 모습이 민망하고 혼란스러워 보여도 콘센트를 사수해야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자칫 혼란스러워 보여도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개인의 드라이 시간이 5분(최대 10분)을 넘지 않고 조금씩은 양보를 하는 무언(無言)의 무드가 있다. 머리가 어느 정도 뽀송해졌을 때 드라이기를 들고 어슬렁 거리는 사람이 보이면 다른 이에게 콘센트를 넘기고 메이크업 순서로 넘어간다. 이렇게 콘센트와 가까운 드라이기 자리가 있고 콘센트와 먼 메이크업 자리가 있는데 드라이를 하다보면 이러한 자리 위치와 일련의 흐름?을 알게 되므로 큰 불편함과 부딪힘 없이 동화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