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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Feb 13. 2018

육(育 기를 육)견일기 [제주 강아지, 탐탐]

육아일기가 아닌 육견일기

난 아무래도 결혼하고 임신하고 애 낳기까지 더 오래 걸릴 듯 하다. 왜냐하면 딸 바보, 아들 바보가 넘쳐나는 SNS에서 개바보 시리즈를 제일 좋아하니 말이다. 냥바보도 좋아한다. ㅡㅡㅋㅋㅋ


그래서 지인이 반려견 성장일기를 전자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이야기했을 때 흥미를 갖고 지지해 주었고, 빛의 속도로 전자책이 출간되었다. 그게 바로 [제주 강아지, 탐탐]이다. 


1권은 유기견 탐탐이를 입양해서 보육?자로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우리 집에도 '코천'이라는 이름의 건장?한 청년개가 있기 때문에 공감도 되고, 피식피식 웃으며 읽었다. 


탐탐이의 보육자는 2명인데 한 분은 똥 매니저, 한 분은 밥 매니저란다. ㅎㅎㅎ 나 역시 집에서 코천이 내니로 불리우는데 그건 코천이가 날 자기 멋대로 사용?(내가 오냐오냐 키운 탓이다. ㅡㅡ)하기 때문이다.


[제주 강아지, 탐탐]은 육아일기의 다른 버전인 육(고기 육 아님)견일기다. 부모님들이 자식을 낳아봐야,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알지 라는 말을 매번 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보육'하는 건 내 한 몸 건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먹는 것도 챙겨줘야 하며, 산책도 시켜야 한다. 똥, 오줌도 치워야 한다. 그러니 아기는 5살만 되도 어느 정도 말이 통하고, 초딩이 되면 자기 생각을 말하며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건 5살짜리 애를 평생 키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 하지 않는가. 그렇게 지인은 개바보의 세상에 발을 들여놨다. 


보육자가 2명이라 그런지 교육도 체계적이고, 탐탐이도 적응해가는 게 눈에 보인다. 까칠까칠했던 털도 밥과 간식 정기적인 산책(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어보자)으로 빛깔이 좋아지고 있다. 확실히 첫 만남에선 위축된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장난끼 가득한 애기 강아지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탐탐이의 배변 훈련(코천이는 8개월이 지나서야 완전 적응했다. 똥과 쉬야를 가리지 못하면 어쩌나 가족들이 다 조마조마했던 때였다), 유치 빠지는 과정(코천이의 발견?된 유치는 여동생이 보관 중이다) 그리고 첫 산책 등 책을 읽으면서 옛날 일이 기억이 나 공감도 되고, 더 재미있었다. 


경험을 통해 얻는 성장과 누군가를 키우면서 깨닫는 성장은 다르다. 사람과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다르지만 키우면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독립해서 코천이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집에 가면 코천이는 나에게 공을 물어준다. 공을 던져달라는 말이다. 베란다 문 쪽에서 나를 쳐다본다. 산책을 가거나 같이 밖을 보자는 이야기다. 그냥 짖을 때는 밥을 먹여(밥상 머리 교육의 잘못된 예 ㅡㅡ. 첫 시작은 먹여주길 원한다)달라거나 간식을 달라고 하는 말이다. 갸가 나를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코천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용당?해준다. 지인의 [제주 강아지, 탐탐]은 탐탐이의 1살 생일과 10살 생일 그리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다 기록될 것이다. 그건 탐탐이 뿐 아니라 지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했던 과정을 기록하는 것도 기쁨이지만, 나중에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에 그 기록을 다시 꺼내보는 기쁨도 있을 것이다. 


강아지들은 사람 말을 못하지만 견주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심어준다. 눈빛의 언어, 몸의 언어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한다. 그러면 견주들은 사람 말이 아닌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함께 있을 때의 즐거움으로 치환된다. [제주 강아지, 탐탐]은 그런 과정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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