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Mar 11. 2018

사소한 글쓰기(41)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혼자하는 글쓰기 프로젝트 5권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혼자하는 글쓰기 5권의 첫번째 주제는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사실 주제를 정해놓고 많이 고민했죠. 너무 1차원적인 주제가 아닌가. 너무 뻔한 주제가 아닌가. 누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궁금해할까? 라고 말이죠. 그러다 결국 혼자하는 글쓰기의 지향점에 대해 다시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하진 않아도 내 글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혼자하는 글쓰기의 역할은 다 한 것 아닐까 라고 말이죠. 애초에 워크북으로 쓰여진 것도 있기때문에 '글쓰기를 통한 자기 이해'의 취지에 부합한다면 주제가 뻔한 것이어도 써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혼글 5권 '좋아하는 것들'로 시작합니다. 롸잇 나우!


에피소드(1) 좋아하는 것들 = 좋아하는 순간


주제를 잡아놓고 고민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이라... 너무 많은데 어쩌지? 나란 사람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것'들' 중 어떤 것들을 추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작업 후의 맥주 한 잔도 좋고, 커피숍에 노트북 들고 가서 작가 코스프레(두번째 책을 내면 작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는 것도 좋고, 누워서 좋아하는 방송을 보며 킬킬거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무엇을 골라야 하나.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좋아하는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실제로 커피를 잘 알아서 좋아하기보다는 커피의 맛을 좋아합니다. 라떼는 밍숭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커피의 향이 좋고, 모카는 달달한 맛과 함께 고농축의 칼로리를 몸에서 진심 반겨한다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라떼를 주문하고 아주 가끔씩 달달해지고 싶을 땐 모카를 주문합니다. 하지만 제가 커피를 마시러 까페에 가는 건 '좋아하는 순간'이 거기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실 땐 반드시 짝꿍과 동행합니다. 제 짝꿍은 책 아니면 노트북이죠.(feat. 눈물 한 방울)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독서나 글쓰기는 저의 아이덴티티를 고양시킵니다. 어렵게 썼지만 제 모습이 만족스럽다는 거죠. 유체 이탈을 해서 커피숍 전체를 조망하며 앉아서 작업하는 저를 보면(상상해보면) 나르시시스트처럼 이 순간을 지속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소재를 찾고 글을 쓰며 책과 노트북(다른 짝꿍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요?)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에피소드(2) 좋아하는 것들 = 함께 먹는 순간


어떤 결핍을 먹는 것으로 발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짝꿍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입맛은 비슷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닭발, 닭똥집, 순대국, 해장국, 곱창, 게장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맛있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는 비슷한 취향으로 같은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누군가는 비슷한 예술적 감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공통된 무언가가 서로의 감성을 더 충만하게 채운다면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찾기란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먹는 것'에 초점이 있기 보다는 '함께 먹는 순간'에 초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먹기만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지는 않습니다. 먹는 것은 '함께 하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는 먹는 것에 집착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 순간이 좋습니다. 


에피소드(3) 좋아하는 것들 = 도움이 된다는 기분


일을 하면서 가장 아이러니함을 느낀 것은 도움이 된다는 기분은 좋아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불편해한다는 것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사람들과 대면해 코칭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꽤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지만 그게 그렇게 자연스러운 현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오프라인 코칭을 할 때 코칭 자체가 '일'이기 때문에 가급적 즐겁게 하려고 했지만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불편감이 늘 있었기 때문입니다. (1) [새로운 사람에 대한 불편감 + 코칭을 잘 마무리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코칭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면 (2) [코칭을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보람]은 코칭이 끝나고 나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습니다. (2)번을 위해서는 (1)번이 필요하고, (1)번이 있기 때문에 (2)번의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모두 코칭을 위해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생각이 있지만 저는 어떻게 하면 (1)번의 비율을 낮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비대면(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한) 코칭입니다. 계속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어려운 길 맞습니다. 밥벌이는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기분'을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식을 바꿔보는 건 하나의 도전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어떤 선택이 더 지속가능할 것이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행하는 모든 코칭을 비대면으로 바꿨습니다. 제 코칭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지만 최대한 제가 오랫동안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저도 '도움이 된다는 기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하는 일도 조금씩 제가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조직에 속하지 않는 만큼 일은 저에게 중요합니다. 일을 어떻게 하느냐가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중요한 퍼센티지를 차지합니다. 어렵지만 좋아하는 것들의 퍼센티지를 조금씩 늘려갑니다.


(1) 내가 좋아하는 순간에 대해 써보자.

(2) (짝꿍이 있다면) 좋아하는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 (짝꿍이 없다면) 어떤 공통점이 있으면 좋을까?

(3) 내가 하는 일에서 '이것만 바뀌면'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겠다. 하는 것에 대해 써보자.


작가의 이전글 기본의 멋 [프롤로그] 저는 패션 심플리스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