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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an 29. 2016

50가지 사소한 글쓰기 워크북(5) 운동

물 속에서 나는 나비가 되고파

에피소드(5) 나비가 되고파.


수영은 배울 수록 참 리드미컬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 한 두 달 정도 배웠었고, 한 25년 전쯤에도 두 달 정도 배웠었으니 매번 배영까지 배우다 만 격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20대 때 헬스를 띄엄띄엄 2년 정도 다녔었고, 에어로빅을 한 3달 정도 다녔으며, 요가를 두 달 정도 배웠었다. 참, 복싱도 3달 다녔다. 표면적인 이유는 건강 회복이었지만 은근히 슬림해지길 원하는 내적 동기는 다이어트에 더 가까웠다. 다이어트란 것은 결국 시각적인 효과 또는 체중의 변화가 있어야 의지를 불태우게 마련인데 먹고 싶은 것을 마음 껏 먹기 위해 운동하는 나의 사고방식(으로 인한 식이습관)으로는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점점 더 하락세를 걷고 있는 면역력이나 높이고자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영을 선택한 이유는 이미 동생이 6개월째 다니고 있었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 때문이었다.


25년 전에 한 번, 10년 전에 한 번 배운 수영이었지만 몸은 기억을 한다고 그래도 아예 처음 배우는 수강생들보다는 나았다. 적어도 물에 뜨는 걸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배영까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이미 배운 거라는 마음에 설렁설렁 임한 건 아니었지만 '새로움이 없는 배움'이 나의 동기부여를 자극하기엔 부족했다. 진짜 재미는 평영부터 시작됐는데 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 영상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다리가 잘 안 꺾이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고, 최상의 추진력을 줄 수 있는 발바닥과 종아리의 각도는 어떻게 나오는지를 찾아봤다. 사실 유튜브를 찾아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수영 선생님이 '질문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생님이 가르쳐줄 때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질문하는 학생이 될 수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혹은 설명이 끝나는 타이밍을 잽싸게 파고들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명이 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질문 있는 분'하고 물어봐 주었으면 했는데 이것도 어쩌면 수강생 개인의 성향에 따라 갈릴 수 있으므로 그냥 이렇게 유튜브로 보고 마는 것이었다. 


동생은 '뭐 굳이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봐.'하며 이런 나를 어이없어해 했고 나는 '그럼 안 찾아봐?'하며 수영시간에만 매진하는 동생이 신기했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이 벌써 6개월째다. 작년에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뭐 하나라도 진득하게 하자였는데 그 약속을 수영을 통해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자유형 팔꺾기와 배영, 평영 웨이브와 접영을 번갈아가며 배우는 중이다. 초급 라인(수영은 등급에 따라 라인이 다르다.)에서 배울 때 중,상급 라인을 보며 나는 언제쯤 나비가 되어보나 했는데 그냥 꾸준히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접영을 하고 있는(물론 아직 날개가 찌그러져있긴 하지만 ㅜㅜ) 게 감개무량하기도 하다. 운동을 하니 확실히 몸은 가벼워진 것 같다. 식욕이야 원래 좋았고, 왼쪽 목에서 어깨 내려오는 부분도 결리고 그랬는데 그 부분도 많이 나아지는 중이다. 나는 수영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배영까지 배우다 만 전적 때문인지 늘 운동 후보군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물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어쩌면 1kg도 빠질 생각을 안 하는 내 몸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맛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영을 시작한 지 6개월 째, 체중은 그대로지만 나는 곧 나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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