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4) 스쿼트하는 아주머니

by 이문연

인생은 선택의 연속.

거울 앞에 앉아

때를 밀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


늘 그렇듯이

늘 그 시간에 오는 분들은 정해져있고

늘 앉던 자리에 앉아서 씻으신다.


내 바로 오른쪽에 자리를 잡은 아주머니.


나는 아직도 거울을 보며 고민 중이다.

밀까 말까. 밀까 말까.

내 고민의 근원은 부끄러우니 생략.


그런데 갑자기 옆의 아주머니가 스쿼트를 하신다.


스쿼트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안다.

어떤 자세를 해야 하는지.


하나, 둘

자세가 좋으시다.


하나, 둘

2-3번만에 끝날 줄 알았던 스쿼트는 계속된다.


하나, 둘

운동의 여흥이 남아서인지(수영하시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하나, 둘

거울을 보면서 아주 진지하게 운동 중이시다.


하나, 둘

1세트의 권장 운동 횟수인 15번(짐작)을 채우고 착석.


하나, 둘

아무일 없었던 듯이 앉아서 씻기 시작하신다.


환경과 옷차림(정확히는 無차림)에 구애받지 않는

다소 신기한 운동 열정.


어떤 연유로 급 스쿼트를 시작하신 건지 많이 궁금하지만

(아마도 사우나 같은 전신 거울을 가까이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셨던 건 아닐까 짐작을 해본바)

원래 세상은 똑같은 일상에 파동을 주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야 재미있는 법


아주머니의 스쿼트가 나의 잔잔한 사우나 일상에 재미난 파동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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