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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15. 2016

50가지 사소한 글쓰기 워크북(7) 화장

쌩얼이 제일 쉬웠어요.

에피소드(7) 난 화장이 귀찮다.


엄마는 오늘도 성화다.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예쁘게 안 입고 다니는 딸이 영 못마땅한 눈초리다. 하지만 한 번 내가 의사표시를 한 뒤로 한 마디만 하시고 만다. '좀 예쁘게 하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20대의 날 돌아보면 몸의 80% 정도가 허영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 같은데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건지 지금은 꾸미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다. 옷 같은 경우는 그래도 예쁜 걸 보면 입고 싶어하는 편이지만 화장 같은 경우는 정말 잘 안하게 된다. 우리 집은 딸 셋에 아들이 하나지만 화장을 하는 걸로 성별을 가른다면 아마 엄마는 아들 넷을 키우는 기분일 거다. 


그나마 여동생이 딸에 가까운 축이랄까. 언니와 나는 365일중에 300일 정도는 쌩얼로 다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보면 언니가 발끈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ㅋㅋㅋ 잘 못하거니와 사실 많이 귀찮다. 메이크업 베이스와 파우더로 피부가 좀 더 밝고 뽀송해지는 경험, 아이라이너와 아이쉐도우로 여성스러움과 섹시함(읭?)을 불어넣는 효과, 볼터치와 립글로스로 얼굴에 생기를 더하기까지. 다른 사람들이야 30분 이상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난 10분이면 오케이다. 화장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외출 준비하는 시간으로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20대 때도 화장 욕심은 없었던 것 같다. 친구들 역시 화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스타일이 많지 않았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쌩얼화되었다. 화장이 귀찮기도 하고 쌩얼이 크게 부끄럽지도 않기에 계속 쌩얼을 고수하는 것 같다. 이러다 어느 순간 팍 늙는 나를 발견할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습관이란 것이 잘 바뀌지 않기에 그저 많이 웃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화장의 기술로 커버할 수 없는 것을 웃을 때 생기는 주름으로 커버하고자 하는 과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일 뽀샤시하지 않은 피부를 보며 웃어준다. 너 얼굴 디기 크다. ㅋㅋㅋ


나를 잘 꾸미고 그걸 좋아하는 성향과 그렇지 않은 성향을 10에서 1로 나눈다면 많은 여성들이 이 10과 1의 사이에 존재할 것이다. 겟잇뷰티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파워 블로거들은 아마 9에서 10정도가 될 것이고 쌩얼이 편해 특별한 날만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나같은 여성들은 2에서 3정도가 될 것이다. 어느 숫자가 되든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무리가 없다면 난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화장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은 하기도 하는데 결혼식이 있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특별한 모임에 참가할 때는 렌즈를 끼고 최소한의 화장을 하기도 한다. 


평소 쌩얼에 안경을 쓰는 내가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하면 사람들은 잘 몰라 본다. 화장을 하기 전도 나고 그 이후도 나인데 달리 보는 반응이 신기하다. 스타일 코칭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여자들은 안경을 벗으면 대부분 미모가 10% 이상 업드레이드 된다.(10%를 무시하지 마라. 참, 남자들에게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용되지 않는 법칙이다.) 그래서 엄마는 더욱이 화장을 권하는지도 모른다. 좀 예쁘게 하고 다녀야 남자친구도 생기고 그럴텐데 뭘 믿고 저렇게 내추럴?하게 다니나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뭘 믿고 그러는 건 아니고 화장으로 얻는 기쁨보다 화장을 하지 않음으로 얻는 편안함이 더 크기에 그저 화장하지 않음을 선택할 뿐이다.


화장으로 스트레스 받는 여성들이 있는데 한 가지 팁을 나누자면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화장 시연을 해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따라 좌우되긴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메이크업 아이템 하나를 정한 후 마음에 드는 브랜드에 가서 화장품 시연을 부탁하면 나에게 어울리는 화장법을 알려준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느새 10만원 어치가 넘는 화장품을 결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데 그러기 전에 정신을 부여잡고 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만 구매한다면 화장법도 배우고 필요한 아이템도 사는 일타이피 경험을 할 수 있다. 옷도 그렇지만 화장도 트렌드보다는 나에게 맞는 메이크업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 번 배워놓으면 적어도 3년은 써먹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에게 웃어주는 걸 까먹은 것 같다. 세수하고 웃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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