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Mar 29. 2020

불혹어 사전(8) 커피

[커피]


* 네이버두산백과

커피나무에서 생두를 수확하여, 가공공정을 거쳐 볶은 후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어 추출하여 음용하는 기호 음료


* 불혹어 사전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는 음료


* 불혹의 말

처음엔 6시였다. 6시 전에만 마시면 밤 12시에는 잘 수 있었다. 그러다 5시, 4시, 이제는 3시 넘어서 커피를 마시면 2시 반까지는 뜬 눈으로 지새야 한다. 이러니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20대 때' 운운 하게 되지. 젊음은 여러모로 나를 옭아매는 장벽에서 자유로운 시기일지니. 엄마의 '하루에 커피 2잔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안돼'라는 말과 카페인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려서 이제는 커피를 안 마시는 친구를 보며 확실히 나이와 카페인의 상관관계는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나는 좋아하는 커피를 매일 2개씩 마시고 1+1 하는 편의점을 찾아다니며 집에 쟁여놓는다. 오전에는 자유롭게 마시지만 점심이라도 늦게 먹는 날이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남은 커피를 냉장고에 넣어 놓아야 한다. 그래서 2시 반이 넘어가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불면의 고통을 스스로 희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커피가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후회를 한다. '마시지 말 걸...'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면서도 커피를 마시고 마는 어리석은 선택. '과정이 즐거우면 된 거지. 마실 때 좋았으면 된 거지.' 이런 생각을 마냥 할 수만은 없게 되는 나이. 경험을 통해 내일의 숙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경험을 통해 준비 없이 바닷 속에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순간이 내일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즉흥적인 선택이 나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 것도 알기에 이성과 감성의 사이를 오가며 선택을 변주한다. 

작가의 이전글 불혹어 사전(7) 닮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