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

by 개미철학가
2026년 1월.
많이 변해 버린 걸까. 나는.
요즘 나는 자고 일어났더니 하룻밤 사이 할아버지가 되어있다는 말을 하게 될 것만 같아.

••• •••.

(나는 아직도 너와 이어져 있는 것 같아.)


세월은 상처를 잊기엔 너무 느리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쫓아가기에는 너무 바쁘게 흘러 갑니다. 함께 걷던 거리는 그 풍경을 다 했고, 이제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것은 작은 기억의 편린들 뿐입니다.




작은 도심 속의 목공방, 나무공방입니다.

보통의 목공방은 지면과 같은 높이의 공간을 선호합니다. 무겁고 기다란 목재와 부피가 큰 목공용기계들을 들이려면 그 편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1.5층의 애매한 높이에 자리잡은 나무공방은 조금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들어오는 입구 마저 좁아 CNC 기계 선반을 들일 때는 하나하나 부품을 분해해서 들여와 재조립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습니다.


“앞쪽으로 잠시 모여보세요. 오늘은 천판에 들어갈 부재들을 집성하고 도미노를 사용해서 연결하는 작업을 해볼 거에요. 시범을 보여드릴테니 잘 보셔야 해요.“


원장님의 시범은 이십여분간 이어집니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와 목공툴을 사용하여 못재를 다루는 스킬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원장님의 시범이 끝이나고 잠시간의 침묵, 이어지는 탄성.


“쉽죠? 이제 각자 자리로 돌아가셔서 해보세요.“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자리로 돌아가 도면에 치수를 확인하고 재단할 위치에 표시합니다.


나무를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귀퉁이 어딘가에서는 무리를 받고, 결국 작품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재단 작업을 시작하기전 천판이 들어갈 위치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부속들을 맞춰봅니다. 연귀촉 장부로 작업을 마친 프레임과 상대부속인 다리, 상측부에 작업한 관통 장부, 반턱 관통장부, 감춤이음까지 차옥차옥. 하나하나 연결하는, 덮여주는 그동안의 작업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입니다.


오빠는 평소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장면들도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관찰하며 인생 여정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날마다 읽고 쓰고 탐구하는 그 모습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모르죠? 그런 담담하고 꾸준한 모습에 마음이 놓여요.


”•••님“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점심시간이에요. 정리하고 식사하러 가시면 되세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 네. 죄송해요. 잠시 딴 생각을 좀 했어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오후에 캐드 선생님 안보이시던데 오늘은 안오세요?”


“오전에 볼 일이 있으시다 하셔서 오후 수업엔 지장없으니 걱정안하셔도 되요.”


목공 작업을 하다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분명 오전에 시계를 본 것 같은데 어느새 오후로 훌쩍 도착해 있습니다. 그래서 원생들 사이에서 목공을 ‘시간도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장 평범한 말들로 하루를 조각합니다.


오늘 어땟어. 밥은 먹었고?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겠다.

슬펐겠다. 지쳤겠다.

괜찮은 척 버티느라 애썻겠다.


밤이 지나면 빛이 켜지고 시간은 여전히 흐를겁니다. 시간은 담담히 흐르지만 유난하게 그 깊이와 밀도가 풍성하게 경험되어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내가 아닌 너를 사랑하는 일.

상대의 사랑이 어떨것이라는 상상을 이어가는 일.

그래서 그 두개를 이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는 일.


그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주제들이 가득했던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의 이야기. 그 밀도 높은 시간들이, 이 공간에 혼자가 되어 버린 한 참 이 지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는 납골당 분소에 백합과 함께 작은 편지는 납김니다. ㅡ 다시 살아간다면 평범하고 평범하게 ㅡ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