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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미 May 05. 2020

음악이 없는 세계

낯선 곳에서 나 홀로 드라이브 

3년 넘게 쓰던 핸드폰이 갑자기 고장 났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4시간 전에 핸드폰을 바꾸러 갔다. 자료를 옮기고 개통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 간만에 애가 탔다. 그렇게 공항으로 가는 길에 급하게 은행 어플을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나 신용 카드 등록처럼 당장 결제에 필요한 것들 위주로 르게 확인했다.


여행지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드라이브를 하는 로망이 있었는데 스트리밍 신청을 잊었다. 이미 바꾼 유심으로는 본인인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석도 반대, 신호체계도 낯선 상황에서 처음 운전할 때 음악을 트는 것은 사치였다. 당장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것조차 벅찼다. 그 상냥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놓칠세라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앞 차와 뒷 차의 눈치도 열심히 봐야 했다.


3일이 지났다. 고작 3일. 그 와중에 험한 길을 많이도 다녔다. 척추가 빠질 정도로 긴장이 되는 낭떠러지 옆 산길도 지났다. 사이드 미러를 접어야만 맞은 편의 차와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도 지났다. 그렇게 사고 없이 숙소에 도착하면 '휴, 살았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슬슬 다른 소리들이 귀에 들려왔다.


바람소리, 엔진 소리, 바퀴에 자갈이 튀는 소리, 차체에 부딪히는 흙탕물 소리, 사이드 미러를 스쳐가는 나뭇잎 소리, 따닥따닥 나뭇가지 소리.


음악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웬만한 음악보다 재밌었다. 몇 번을 들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부분의 날들을 라디오조차 틀지 않은 채로 보냈다.  소리를 듣고 있자 가운 기를 뚫고 나아가는 느낌이 생생했다. 히려 정신이 바짝 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로든 가고 있는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크게 음악을 틀었으면 못 들었을 소리겠구나 싶었다.


아일랜드 위클로 산맥 국립공원에서 내 빨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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