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미 May 18. 2020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만 불기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일랜드 제일 서쪽 마을에 도착했다. 1차선에 가까운 좁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 번씩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조그마한 공터가 나온다. 공터라고 하기에도 아쉬운, 딱 차 한 두대 겨우 댈 수 있는 갓길이다.


눈이 시리도록 드넓은 초록 초원을 기대했건만 짙은 안개는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강한 바다 바람이 안개를 날려 보내주길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안개를 몰고 올 뿐이었다. 


여행자에게는 그 아쉬움조차도 운치일 뿐이어서 잠시 차에서 내려 아무 바위 위에 앉았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비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은 뼛속을 파고들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손으로 꾹 누르는데 누군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Super windy, huh?"


머리가 하얗게 변한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이 곳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잠깐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솔직히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는 하는 이야기가 다 비슷비슷하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여행 코스가 어떻게 되는지, 총 여행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하지만 같은 이야기도 매번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늘 새롭다. 한 번도 먼 곳에 나가본 적 없다던 할아버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우리 마을이 얼마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인지 자랑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분 집에 묵는 것도 아닌데 잘 왔다며 환영해주었다.


우리나라 남해랑 비슷한 풍경이었다


아일랜드 서쪽은 아직도 켈트 족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서쪽으로 갈수록 게일어로 쓰인 표지판이 많아진다. 사투리가 심해 같은 영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도 여러 번 다시 묻는다.


딩글 반도의 친절한 주민은 혼자 여행을 떠나온 이방인에게 켈트족의 오래된 기도문이라면서 행운을 빌어주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서 듣는 축복 기도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고마움을 겨우 두 단어로 다해야 하나 아쉬워하고 있는데 더없이 따뜻한 눈빛을 하고선 '진심이야'라고 말해주어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안개가 살짝 걷혔던 찰나의 순간


뜻은 통했지만 원어로는 기억이 안 나 인터넷으로 '켈트족 축복기도'를 검색했다. 의외로 아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방송에서도 여러 번 인용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일까. 내가 들었던 문장은 아래 두 문장뿐이었지만 전문이 있어 출처를 밝히고 퍼 왔다.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뒤에서만 불기를.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뜻한 햇살만 비추기를.


아일랜드 딩글의 해안 절벽


당신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May there always be work for your hands to do.

당신 지갑에 언제나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May your purse always hold a coin or two.

당신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May the road always rise up to meet you.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기를.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May the sun shine warm upon your face.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The rains fall soft upon your fields,

곧 무지개가 뜨기를.

May a rainbow be certain to follow each rain.

불행에서는 가난하고

May you be poor in misfortune,

축복에서는 부자가 되고

Rich in blessings,

적을 만드는 데는 느리고

Slow to make enemies,

친구를 만드는 데는 빠르기를.

And quick to make friends.

이웃은 당신을 존중하고

May your neighbors respect you,

불행은 당신을 아는 체도 하지 않기를.

Trouble neglect you.

당신이 죽은 것을 악마가 알기 30분 전에 이미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

당신이 천국에 가 있기를.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May the saddest day of your future be no worse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Than the happiest day of your past.

그리고 신이 늘 당신 곁에 있기를.

May God always be with you.

출처:https://veroruta.tistory.com/221 [온 월드]

    

매거진의 이전글 생선구이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