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는 시간
작은 발견을 크게 부풀리는 것은, 높은 자부심에 가려진 좁은 시야를 드러내는 행위다.
EBS 중등 미술 영상이 눈에 띄어 요새 중학생들은 어떤 미술을 배우나 궁금해졌다.
쭉 보다가 깜짝 놀랐다.
역시나 자기만의 지식과 노하우를 갖기 힘들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항상 누군가 먼저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한때 요리를 즐겨했다.
요리 예능을 모두 챙겨 보며 마음에 드는 정보들을 기록해 놓기도 했다.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요리를 색으로 나눠놨었다.
빨간 요리는 고추장 베이스
검정 요리는 간장 베이스
하얀 요리는 소금이나 크림 베이스
작업실 초창기에는 직접 요리해 학생들을 자주 먹이기도 했다.
요리는 1~2인분보다 다인분 하는 것이 간 맞추기 더 어렵다.
간을 맞출 줄 알게 되면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문가와 비할 순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다인분 요리를 계속해 나가면서, 레시피의 중요성을 크게 느껴왔다.
레시피
요리도 생각해 보면 그림과 공통 분모들이 많다.
조리법과 재료들을 감으로 맞추다 보면, 가끔은 맛있을 수 있지만 할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
재료마다 특징을 모르면 비리고, 맵고, 짜고, 텁텁함 등등 오만가지 맛이 조화롭지 않게 나오면서 요리의 기복이 심해진다.
필요한 레시피를 알지 못하면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부분들을 그림에 적용해서 그림 레시피로 이름을 짓고, 수업 때 레시피에 비유해 설명하는 등, 쉽게 정립이 가능한 비유법들을 만들었었다.
딱 알맞는 비유법을 찾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중등 미술영상에 '레시피처럼 나누세요'라는 내용이 있어서 정말 놀랐다.
모든 개념은 이미 존재하며, 발견하는 시간의 차이만 발생한다.
이번장의 주제는 그림 레시피다.
그림 레시피는 감으로 그리는 것과 상극에 있는 개념이다.
이 책의 이야기 들은 비슷한 개념을 반복해 풀어낸다.
핵심 내용의 전달을 목표로 반복하되 담는 그릇을 계속 바꿔 가는 방식이다.
성향마다 받아들이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하나의 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은 무수히 많다.
받아들일 수 있는, 받아들이기 좋은 방향들은 여러 갈래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제시했을 때 각자 더 잘 맞는 부분을 적용하면 된다.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을 해보자는 취지다.
레시피는 많은 결과물 중에 가장 좋았던 사례들을 분석하여 정리한 매뉴얼이다.
재료를 어떻게 선별하고 손질했는지, 베이스를 어떻게 잡고 비율을 조합했는지 가장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부분들을 압축시켜 놓은 방법이다.
그림도 이 레시피 만드는 과정을 적용하면 굉장히 좋다.
얼굴 그리는 레시피를 간단하게 예시로 만들어 본다.
원을 하나 그리고 십자가를 긋는다.
십자가 수평선에 눈썹을 놓을지 눈을 놓을지 결정해 준다.
원 아래쪽에 코를 놓을지 입을 놓을지 결정한다.
턱선과 이마를 설정해 준다.
귀는 눈과 코 사이 위치로 설정한다.
널리 퍼져있는 이 레시피는 실제 인체 비율을 토대로, 여러 가지 과정이 쌓여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예시다.
형태를 처음부터 보이는 대로 잡지 않는다.
가로세로 폭 길이를 맞춰 놓고 반을 나눠준다.
반을 기준으로 요소들의 위치를 수평과 수직에 맞춰 교차하듯 설정해 놓는다.
설정을 확인해 가며 그 크기들은 면적이 된다.
면적과 면적 사이는 간격이 되고, 요소들을 비교할 때는 비례가 된다.
이렇게 갖춰진 베이스 위에 모양을 만들어 주면, 훨씬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다.
글로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실제로 적용해 보면 이 간단한 설정들로 방향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레시피는 과정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준다.
결과에 따라 레시피를 계속 업데이트해 가며, 나만의 레시피 조합을 만들어 보자.
정리
그림 안에서 나만의 레시피를 적용하게 되면 검증된 확신을 갖게 된다.
많은 경험들로 이미 증명했기에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안정감 있게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소재와 재료 등에 끌려다니지 않고, 끌고 와서 레시피로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그림을 다룬다'라는 개념을 얻게 되면, 정신없이 끌려다니던 상황들과는 달리 여유를 갖게 된다.
그림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갖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갖고 와서 다루기 시작하면 생기는 여유.
그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레시피다.
그림을 그리다가 보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역행으로 하나씩 되짚어 보며 분석을 해보면, 세분화시킬 수 있다.
나름의 세분화들로 '가설 세우기'를 통해 기록해 나간다.
누가 알려주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스스로 정리를 해놓아야 더 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토대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좋은 과정으로 만들어진 레시피들은, 서로 겹치는 우연이 발생해도 다른 해석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