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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창가 Jul 13. 2021

선박 기관사가 대체 뭐 하는 직업이야?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조수기



선박 기관사가 여러 면에서 의사와 닮았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다. 그래도 선박 기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선박 기관사는 이런 일을 합니다>     


선박 기관사의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OPERATING(동작)MAINTENANCE(유지보수). OPERATING은 자신의 담당 기기를 동작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현은 발전기와 조수기 담당이라서 이 기기를 돌릴 일이 있으면 켜고 꺼야 할 때 끄는 역할을 한다. 기기 켜고 끄는 게 무슨 일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선박 내 기기들은 컴퓨터처럼 전원만 틱 켠다고 켜지는 게 아니다. 시동 절차라는 게 있어서 관련 밸브들을 라인업 해주는 등의 전문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수를 담수로 만드는 조수기는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에 오르기까지 약 4시간이 걸린다. 해수 공급, 진공 형성을 위한 스팀 공급, 해수를 가열하기 위한 스팀 공급 등 세 가지의 라인을 살리고 조수기 온도를 올려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물을 만들기 위한 컨디션을 맞추는 작업을 하게 된다.    


 

MAINTENANCE는 말 그대로 유지보수다. 기기도 사람처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주기적으로 내부를 소제한다던지, 분해해서 검사한다던지, 구성 부품을 갈아준다던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사람이 주기적으로 정기 검진을 받고 그에 따라 치료할 일이 생기면 치료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지보수는 자체 시스템에 필요한 부분이 뜨기 때문에 이 리스트를 중심으로 작업을 짜서 한다. 리스트에 뜬 것만 관리하는 건 아니다. 그 외에도 수시로 기기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어딘가 누설부가 생겼다던지, 갑자기 이상한 소음이 들린다던지, 평소와 온도나 압력이 달라졌다던지 하는 부분을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출항 때는 더욱 바빠진다. 선박은 입항 시가 가장 위험하다. 항구에 들어가면서 배의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데 항해 중과 멈출 때의 기기 상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기관부 전원이 기기의 컨디션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배가 완전히 정박하면 화물 하역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사이 기관부는 항해 중에 하지 못하는 정박 작업을 한다. 또 화물 하역에 필요한 기기 OPERATING도 해줘야 한다. 소현이 탄 배는 2주마다 한국과 호주를 입항하기 때문에 이 작업이 2주마다 반복된다.     



만 2년 동안 승선하면서 소현이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선박은 경험치가 중요하다는 것. 물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업무 능력이 올라가는 건 다른 직업군도 마찬가지겠지만 배는 특히 그렇다. 뱃일은 육지처럼 처음 하는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인수인계나 교육이 어렵다. 심한 경우에는 전임자 얼굴도 못 보고 교대되는 경우가 있고, 다들 자기 할 일이 바쁘기 때문에 후임을 교육시켜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일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기기를 만든 회사에서 배부한 지침서나 과거 자료를 참고해서 혼자 맨땅에 헤딩하듯 익혀 나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배 타는 사람들 사이에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어도 그냥 얼마간 타기만 하면 다 일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끔 담당자가 맡은 기기에 대해 OJT(ON BOARD JOB TRAINING)를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승선해서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해주는 것이다. 동료 사관이나 선임의 OJT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나마 보충할 수 있다.     



선박 기관사는 어디에나 있는 엔지니어의 일종이지만 육지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선박에 필요한 기계들을 만진다는 면에서 전문성이 돋보이는 직업이다.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건 제법 뿌듯한 기분이다. 그런 점에서 선박 기관사의 자부심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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