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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ti PostModern Mar 13. 2024

이기주의에 관하여 : 애매한 이타주의를 비판함

 21세기의 도덕률을 감히 일반화하면,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기’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는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1세기의 도덕률이 부정적이라기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준이든, 어떤 관습이든 간에 정착되는 순간부터 반대하는 입장이 생기는 것은 인간사에서 흔히 나타난다. 현대의 도덕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이기주의’로 일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지 않는 것을 ‘이기주의’라고 정의하는 이들의 생각에 반하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오히려 인간은 이기적일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펼쳐보고자 한다.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은 예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선하다 악하다, 선악을 논할 수 없다 등, 다양한 입장이 있다. 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하며, 이기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관습적 의미로 이해하지 않고 언어 자체의 뜻을 풀면 “자기 몸을 이롭게 하다”라고 할 수 있다. ‘이타적이다’라는 언어 자체의 뜻을 풀면 “타자를 이롭게 하다”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개인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자기를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을 배제한 채 타자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집단적 사고에 갇힌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이로움을 추구하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사회에 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 있다. 인간의 이기심이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을 짓밟고, 빼앗는 행위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기주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정적 용어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변질된 이기주의를 비판한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여 자기 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악’이다. 동시에 내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타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간 본성이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지만, 이기심이 전체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기심 위에 이타심이 필요하다. 문제는 ‘개인’을 배제한 이타심을 강조하는 경우다. 그것을 희생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또 다른 비이기주의자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어쩌면 개인을 배제한 공동체성, 이타주의는 ‘맹목적’이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여 집단의 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애매한 이타주의는 이기주의보다 심각한 결과를 만든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의 불행을 가져오는 것과 동의어가 되면 안 된다. ‘나’를 포기하는, 잘못된 희생을 강요하는 이타주의가 세상을 망치고 있는지 모른다. 


 애매한 이타주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분명 ‘자발적’으로 타인을 이롭게 한 것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도와준 사람이 자기를 위해 무엇을 해주지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말로 함축한다. 돌려받고 싶은 보상 심리가 이타주의로 포장된 경우가 허다하며,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비참하게 만들면서, 세상을 비참하다고 비판한다. 이런 애매한 이타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 이기주의자로서 나, 내 가족, 내 사람, 내 공동체, 내 나라 또는 우리, 우리 가족, 우리 사람, 우리 공동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며 살고 싶다.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해로움이라면 그것은 진정 이기심이 아닌, 잔인성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이로움으로 남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를 해롭게 하여 누군가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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