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한 달 뒤에 뉴질랜드로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초등교사를 그만뒀습니다. 결혼도 하는데 뭐 새롭게 시작해 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영주권을 딸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목수를 하고 싶었는데 목수로 영주권을 따려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더군요.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얼마 이상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초짜 목수부터 시작해서는 그 임금에 도달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알아보다 교사로 영주권을 따는 방법이 가장 빠르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해서 유치원 교사로 일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죠(아내도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저도 어찌어찌 고민하다 그냥 교육대학원에서 교육 관련 과정을 듣기로 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점은 학생비자와 졸업 후 3년짜리 워킹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민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루트죠.
그렇게 저는 University of Auckland(UOA)에서 postgraduate diploma(Level 8) in Educational Leadership과정에 입학합니다. 이건 1년짜리 과정으로 석사과정과 동일한 커리큘럼인데 논문만 쓰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석사는 Level9, 박사는 Level10 이런 식으로 구분을 합니다. 아내는 New Zealand tertiary college(NZTC)에서 postgrdaduate diploma(Level8) in Early childhood education(유아교육) 1년 과정을 공부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을 거쳐서 영주권 취득을 많이 해요. 학비는 각각 3천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영주권이 있다면 학비가 거의 1/4로 줄어듭니다.)
아내나 저나 학교 입학을 위해서 영어점수가 필요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IELTS나 PTE로 영어 점수를 따는 게 일반적입니다. IELTS 공부를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말하기와 쓰기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PTE라는 시험을 쳤습니다. 이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IELTS보다 수월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서 저는 IELTS 기준으로 평균 6.5 이상, PTE 기준 평균 58점 이상을 기록해야 했습니다. 아내의 경우에는 IELTS each7 이상의 점수가 필요했습니다. 운 좋게 둘 다 좋은 점수를 받고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아내가 다니는 학교는 실습이 있었습니다. 사는 곳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 센터를 정해서 일정 기간 실습을 하는 것이죠. 마침 살던 집 근처에 어린이집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곳의 센터 매니저가 한국인이더군요. 이왕 실습하는 거 한국인이 있으면 좋으니 그곳을 실습 센터로 정했습니다. 실습 신청을 위해 아내가 센터에 가서 한국인 매니저와 상담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매니저 말로는 한국 교사 자격증과 교사 경력이 있으면 뉴질랜드에서 초등교사 자격증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필요한 영어 점수가 높았습니다. IELTS기준 EACH7이었습니다. 평균이 아니라 각 영역(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이 모두 7 이상이 돼야 하는 것이죠. PTE로는 각 영역이 65 이상입니다. 다행히 저는 처음 쳤던 영어 시험에서 각 영역이 필요 점수를 넘었고, 아내는 이미 대학 입학을 위해 점수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신청 과정은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출하라는 서류를 모두 떼서 영문으로 공증받았습니다(이 과정이 지겹고 돈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출한 서류는 대략적으로 한국교사자격증, 국제 자격 평가 IQA, 경력증명서, 추천서, 연수기록, 영어점수, 범죄 경력 증명서, 신분증, 건강진단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온라인 신청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봉투에 담아서 우편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은 절차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
우편으로 서류를 보내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이메일이 왔던 것 같습니다. 관련 담당자와 이메일로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몇 번을 더 이메일을 주고받고 나서야 결국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전 이메일을 다 지웠어서 그 과정이 어땠는지는 정확히 확인을 하기가 어렵군요. 어쨌든 제가 먼저 승인을 받았는데 아내는 승인이 거부됐습니다. 똑같이 서류를 제출했는데 아내만 거부되니 황당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담당하는 분께 제가 따로 이메일을 보내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아내의 서류를 검토해 주셨고 거의 바로 승인을 시켜주더라고요. 여기서 얻은 교훈은 안되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비벼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외국생활에서는 이 끈질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저희 부부 모두 뉴질랜드 초등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초등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유치원, 어린이집에서도 인정을 해줍니다. 초등 교사자격증에 유아 교사자격증이 포함된 것이죠. 이 자격증을 통해서 저희 부부는 영주권 신청을 손쉽게 할 수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부부는 영주권 취득을 포기하고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서 살고 있습니다. 당시에 저희가 경험했던 부분은 뉴질랜드 이민을 돕는 유학원조차 몰랐습니다. 한마디로 저희 부부가 몸빵으로 돈과 시간을 쓰면서 배운 내용이었죠.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해봤던 많은 도전과 좌절은 저희 부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자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누군가도 이런 어려움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써봅니다. 시간이 조금은 지난 경험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값어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