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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꼰대가 해변에서 발견한 특이점

by 삽질

<래쉬가드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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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해변에 왜 가시나요? 아마도 시원한 바다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가는 것이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뜨거운 태양 아래 누워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제 몸뚱어리에 에너지를 충전시켜주기 위함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맨살을 드러내고 점점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은 참 좋습니다. 핵폭탄을 맞고 우주에서 죽어가던 슈퍼맨이 태양빛을 받으며 점점 회복되는 모습처럼 저도 그동안 잃어버렸던 생기가 점점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몸에 직접 닺는 물과 모래의 촉감도 좋고요. 하지만 저와 같이 태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사람을 한국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양양과 해운대에 가면 많으려나요?)


한 중년의 남성분은 몸을 노출하면 안 되는 종교적 신념을 가진 것처럼 눈만 내놓고 나머지 몸 전체를 검은색의 무언가로 전부 꽁꽁 싸매고 계셨습니다. 그 상태로 즐겁게 수영을 하고 계시더군요. 종교의식을 치르는 이슬람 여성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런 모습은 대부분의 피서객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래시가드를 입지 않으면 해변에 나오면 안 된다는 규칙이 생긴 것처럼 형형색색의 래시가드가 해변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래시가드가 유행했지만 저는 래시가드를 입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첫째로 뭔가 모양이 기괴했습니다. 화려한 색상의 티셔츠가 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제 몸은 미적으로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래시가드 보단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부자연스러움입니다. 옷을 입고 수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쿠아슈즈까지 신으면 모래의 촉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잖아요. 우리의 몸과 자연을 단절시키는 건 제 기준에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영진해변에서 첫째 날 몸이 햇볕에 너무 그을려 약간의 화상을 입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아무래도 피부를 햇볕에 노출시키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티셔츠를 입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물에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너무 불편하더군요. 결국에 옷을 던져버리고 뜨거운 고통을 즐겼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서걱거리는 모래의 촉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햇볕에 그을리지 않는 하얀 피부는 한국인이 가장 원하는 미의 기준이기에 지금의 래시가드 열풍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래시가드를 판매하는 업체의 마케팅에 제대로 속아 넘어간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노출을 부끄러워하는 동방 예의지국의 피가 흐르는 한국인의 정서가 표출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이유가 어찌 됐든 래시가드는 오랫동안 한국의 해변을 지배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피부가 드러나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해변의 모습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혀짧은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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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데 저희 파라솔 옆에 젊은 커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플은 와인까지 준비해 휴가를 즐겼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목소리가 특이했습니다. 마치 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였지요. 다 큰 성인이 아기처럼 말을 하더군요. 제 아내는 처음에 커플이라고 생각했다가 여자 목소리를 듣고 아빠와 딸이라고 착각을 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커플이었고요.


다 큰 여자가 아기 목소리를 내든 손가락을 빨든 기저귀를 차든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요. 그래도 아기처럼 말을 하는 건 좀 특이하지 않나요? 성인이 어린아이처럼 말하고 애교를 과하게 부리는 것에 제가 유난히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라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걸로 봐선 문화적 영향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겠지요. 케이팝 걸그룹만 보더라도 말을 할 때 유독 혀 짧은 소리를 많이 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그런 걸그룹이 영어를 할 땐 다르게 말을 하더군요. 어쩌면 한국어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겠네요.


어른이면 어른답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개꼰대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혀 짧은 소리 한다고 가서 뭐라고 할 만큼 사리분별 못하는 개저씨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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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수영을 마치고 근처 햄버거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식사를 마칠 즘 한 가족이 들어와서 식사를 하더군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녀 두 명은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 삼매경입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니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꽤 커서 먹기 어려운 햄버거가 행여나 불편할까 봐 엄마는 손수 잘라 아이의 입에 넣어줍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고요.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식사 자리라고 봐야 할까요? 아이들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애들 밥은 각자 자기 손으로 직접 먹을 수 있게 놔두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손과 발이 되면 아이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니까요. (새도 아닌데 굳이 먹여 줄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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