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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인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가 있어?

대도시의 사랑법, 2024

by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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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수(노상현)는 본인이 게이인 걸 재희(김고은)에게 들킨 후 "약점이라도 잡은 것 같냐?"라고 화를 냅니다. 반면에 재희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고 되받아칩니다. 흥수가 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것만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재희는 타인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압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표준과 거리가 먼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나인 게 약점이 되지 않으려고 내 약점을 감추거나 고치곤 합니다. 흥수가 게인인 걸 감추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재희가 사회가 정해놓은 규정에 점점 자신을 구겨 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보통이 아닌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의 표적이 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의 약점을 발견하면 쉽게 상처를 줍니다. 남을 열등하게 여겨야 자신이 우월하다는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다르다고, 특이하다고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할 권리는 없습니다. 비난으로 결코 우열을 가릴 순 없습니다.


보통의 어른이 되기 위해 규정된 틀 안에서 고통받던 재희와 흥수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남들처럼 살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버립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단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지지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희와 흥수는 서로가 본래의 색을 잃어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비겁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서로에게 쓴소리를 합니다.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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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눈치 안 보고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 한 명의 친구, 혹은 애인, 가족이 그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는 건 큰 축복이고 위안입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내 생각, 내 정체성, 내 색깔을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단 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소중한 인연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일 테지요. 20대에 그런 인연을 만든 재희와 흥수가 무척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적 이유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던 건 제 솔직한 내면을 공유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그런 누군가를 만났다면 조금 더 저답게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색깔을 지지 받고 조금 더 자신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나이가 든다고 전부 보통의 어른이 되는 무채색의 세상은 재미도 없고 매력적이지도 않으니까요. 서로의 다름에 손가락질하기보단 기꺼이 지지해 줄 수 있는 넉넉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재희와 흥수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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