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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첫 손실의 기록

장중일기

by LUY 루이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모니터를 켰다.

세 개의 창이 뜨는 소리, 호가창의 푸른색과 붉은색이 번갈아 깜빡였다.
아직 저녁도 먹지 않았다. 손끝이 먼저 키보드를 찾았다.


“이번엔 다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매수를 눌렀다.
시장은 늘 나를 설득했다. 오늘만큼은 기회라고, 지난번 손실은 우연이었다고.


처음엔 초록불이었다. 수익이 2만 원, 3만 원, 5만 원까지 늘어났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오늘 저녁은 고기’가 되었다.
하지만 초록이 붉게 뒤집히는 데는 7초도 걸리지 않았다.
5만 원의 수익이 3만 원 손실로, 그리고 다시 7만 원 손실로.
나는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우스를 던질 뻔했다.


“하… 또 이거야.”

모니터 속 차트는 나를 조롱하듯 되돌림 없이 하락했다.
지문이 닳은 매도 버튼을 눌렀을 때, 손끝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내 계좌는 빨간색이었다. -7.38%.
한참을 그렇게 화면만 바라봤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노트를 꺼냈다.
회사에서 회의 메모용으로 쓰던 낡은 공책이었다.
아무 말 없이 펜을 들었다.
매수: 18,450 / 매도: 17,100 / 손익: -7.38%.
그 아래에 뭐라도 적으려 했지만, 펜촉이 멈췄다.


왜 샀는가?
그 이유를 써보려다, 나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느낌이었는데…”
그래, 느낌이었다. 뉴스 헤드라인 하나, 커뮤니티 댓글 몇 개, 그리고 ‘다들 산다’는 말.
그게 전부였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손끝이 무거워졌다.
손실보다, ‘이유 없이 샀다’는 문장이 더 아팠다.
차라리 누가 속였다고 말할 수 있다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속인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펜 끝에서 묘하게 번지는 잉크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자국을 손으로 문질렀다.
손가락 끝에 잉크가 묻었다.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내 실수처럼.


“기록이 뭐가 중요하겠어. 돈을 벌어야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노트를 덮었다.
하지만 그 문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계속 ‘기록’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 다시 그 페이지를 열었다.
어제의 매수와 매도, 손실률, 그리고 공백.
그 공백이 나를 괴롭혔다.
‘왜 샀는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매매를 한 게 아니라, 단지 반응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회사에서도 집중이 안 됐다.
엑셀 셀을 클릭하는 손이 자꾸 호가창을 떠올렸다.
점심시간에 몰래 스마트폰으로 차트를 보며 또 주문창을 켰다.
“이번엔 어제의 복수다.”
하지만 복수의 손끝은 늘 같은 결말이었다.
오후 두 시, 다시 -5%.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폰을 꺼내 들고, 다시 공책을 폈다.

매매 이유: 복수심
결과: 또 손실
교훈: 감정이 거래를 대신했다


쓰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분노가 글자 사이로 스며들며 잉크처럼 퍼졌다.
이게 기록의 힘인가, 아니면 자포자기인가.
그래도 조금은 냉정해졌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기록의 의미’를 검색했다.
“기록은 기억을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반복을 끊는 기술이다.”
그 문장을 읽고 오래 멈췄다.
반복을 끊는 기술.
그게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책상 한쪽에 노트를 세워두었다.
그 옆엔 펜 하나와, 내일의 차트를 기다리는 두려움이 함께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다시는 그냥 사지 말자.”

그리고 작은 메모를 덧붙였다.

오늘의 다짐: 이유 없는 매매는 금지.


그 문장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첫 승리였다.


며칠 뒤, 한 친구가 내 손에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요즘 주식 한다며? 이거 써봐. 너한테 딱일 거야.”


‘HERITAGE ROOM’이라는 로고, 그리고 직지심체요절처럼 생긴 노트.


『장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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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름 참 잘 지었다.
…이제 진짜, 기록을 시작해봐야겠네.”



본 연재는 헤리티지룸(HeritageRoom) 의 프리미엄 매매일지 『장중일기』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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