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일기』
3화 — 장중의 나
3일째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커피잔의 자국이 책상 위에 동그란 패턴을 남겼다.
손끝에는 여전히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지만,
이젠 그 떨림이 두렵지 않았다.
어제도, 그제도, 나는 장이 열리기 전에 노트를 펼쳤다.
이게 습관이 된 건지, 의식이 된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오늘 날짜를 적고, 펜을 잠시 멈췄다.
페이지 위에는 익숙한 문장이 있었다.
“오늘 나는 왜 매수했는가.”
이 문장은 매일 나를 심문하는 검사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모니터에는 호가창이 출렁였다.
숫자들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속도가 내 호흡보다 빨랐다.
나는 차트가 아니라, 내 손끝을 바라봤다.
그 손이 움직이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9시가 되자, 시장이 열렸다.
‘딸깍.’
마우스의 클릭음이 방 안에 울렸다.
그 짧은 소리가 오늘 하루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바로 손을 떼지 않았다.
대신 노트에 적었다.
‘진입 직전의 감정: 초조함 70%, 확신 30%.’
그 문장을 쓰고 나니 조금 차분해졌다.
거래가 아니라 관찰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시장에 뛰어든 선수가 아니라, 경기장을 지켜보는 관객처럼 느껴졌다.
첫 포지션은 나쁘지 않았다.
초반엔 약간의 수익이 났고, 곧바로 조정이 들어왔다.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익절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참았다.
대신 펜을 들었다.
‘익절 욕구 발생. 근거: 수익에 대한 불안감.
심리상태: 도망치고 싶음.’
그 한 줄을 쓰자, 손끝이 멈췄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시장 속에서 움직이는 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가격’을 본 적이 없었다.
늘 나의 감정, 나의 기대, 나의 공포를 봐왔다.
기록을 시작한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명확한지 보였다.
차트의 캔들은 시장의 흔들림이 아니라 내 마음의 등락이었다.
오후 1시.
주가는 예상보다 더 내려갔다.
손실이 -2%를 찍자, 속이 서늘했다.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매도 버튼 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쓴 문장.
‘오늘은 시장을 이기지 못했지만, 감정에는 패배하지 않았다.’
나는 펜을 들었다.
‘지금 손실 중. 그러나 패닉은 없음.
이유: 기록 중이기 때문.’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신기하게 그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기록이 나를 통제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기록이 나 대신 거래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시장은 갑자기 반등했다.
내 포지션은 원점 근처로 돌아왔다.
손익은 0%.
그러나 내 마음은 전과 달랐다.
나는 손익보다 기록을 먼저 보았다.
그 속에는 공포, 탐욕, 회피, 자책, 그리고 작은 희망이 있었다.
차트는 그대로였지만, 내가 달라져 있었다.
마감 후, 노트를 덮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하루 동안 쓴 글을 다시 읽었다.
글씨는 울퉁불퉁했고, 문장은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안엔 내가 있었다.
지난 몇 달간 나는 수익률만 쫓았다.
그래서 늘 같은 자리에 돌아왔다.
이제야 알겠다.
수익률은 결과이고, 기록은 원인이다.
저녁 무렵, 창밖이 붉게 물들었다.
모니터의 불빛이 꺼지고, 방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노트를 펼쳐 마지막 문장을 썼다.
“기록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그 문장을 적으며 펜을 내려놓았다.
손끝의 떨림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시장이 나를 흔들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작은 트레이더였지만,
적어도 기록하는 트레이더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알았다.
기록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그날 밤, 잠들기 전 나는 핸드폰으로 ‘장중일기’ 노트를 검색했다.
여전히 같은 브랜드 이름 — Heritage Room.
화면 속 노트가 이상하게 달리 보였다.
단순한 문구가 아니었다.
그건 하나의 철학이었다.
‘시장을 이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일기.’
나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마지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기록은 당신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그 한 줄에 오래 머물렀다.
결제 버튼이 눈앞에 있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번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확신 때문이었다.
‘결제 완료.’
그리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처음으로 잃지 않았다.
비록 돈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
본 연재는 헤리티지룸(HeritageRoom) 의 프리미엄 매매일지 『장중일기』 협찬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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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일기 공식 페이지: https://theheritageroom.com/finance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