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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3

단순한 진심 (조해진)

by movere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는 삶의 굴곡과 슬픔이 곁들여져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입양아 박애스더는 나나와 문주로 명명해지던 시대를 거슬러 자신을 찾는 과정에 불굴의 의지라기보다 기대치 않는듯한 결심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줄거리는 주인공의 인물과 주인공 문주를 거두어들인 기관사 정우식 그리고 가장 난해한 인연 복희식당의 주인 추연희와 관련된 양대인물과 주변인물로 이어지는데 이 소설의 서평을 좀 더 공격적으로 쓸 결심을 가지게 한 점은 바로 진심의 과정인 진실 때문이다.


소설 속 '단순한 진심'은 전달의 시원(始原)을 냉혹한 외로움과 생명의 선택으로 간주하고 싶다. 그 단순한 진심을 찾아가기 위해 문주(주인공 이름을 소설 속 시절의 명칭인 문주로 함)는 모국으로 입국하여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느 입양아의 관습적 행동으로 스토리는 시작된다.


이 소설이 매 순간 전환될 때 주인공과 관련된 광범위한 새로운 인물의 진실과 마주할 때 주인공 문주의 내면적 묘사와 그리고 순간순간의 감정변화 속 문주의 고독은 한 인간의 삶의 깊숙한 증오와 학대의 방기로 점철된 불편한 지탱이었음을 인정한다.


진심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는 복잡한 진실의 고리로 엮여있고 마침내 주인공은 그 비극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면서 또 다른 타인 (백복희)의 객관적 제삼자로 마주 서게 된다. 만약 새로운 진술이나 증언의 전달이 없었더라면 포기하고 다시 프랑스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운명의 장난은 소설의 테마로 자주 등장하지만 진부함이 아닌 신중한 태도로 접근한다면 쉽게 읽혀서는 안 될 소설이라 생각한다. 형상 없는 실체인 내면의 단어가 가슴 저미도록 묘사되어 있는 것은 그만큼 단순한 진심은 단순하게 전달되지 않는 법이기에 작가가 묘사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숙고를 느끼게 한다.


'죄를 모른다는 건, 그 순진함 때문에 언제라도 더 큰 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이 이해와 관용의 순종적 태도에서도 왜 집요하게 과거를 거슬러 수사하듯 진실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그만큼의 증오와 분노 또한 함유한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과의 새로운 사실을 직면하고 담담히 내적 정리 속에서 인간은 또 다른 이해와 용서 그리고 자기혐오의 표출을 인내하게 되는데 왠지 이 소설은 포용적이지만은 않게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다.


주인공은 기승전결을 추론할 근거 즉 진실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이기 때문에 주변의 함구는 투쟁은커녕 완벽한 투항으로 더 큰 악(惡)인 자신의 무관심으로 일관했을 것으로 추론하는바 비극적 결말을 작가는 애당초 허용하지 않고 그 진실의 과정에 더 무게를 둔다.


그 결과 문주는 새로운 생명을 선택했고 작가는 그 단순한 진심을 진심 어리게 주인공을 통해 전달한다. 무관심했다면 그러한 살아낸다고 힘들었던 세월을 마주하지 못하고 새 생명을 포기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소설 또한 탄생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진실과 사실의 희생 없이는 진심도 없는 것이다. 작가의 '단순한 진심'은 주인공을 휘감고 있는 근원적 궁금함, 그리고 새로운 사실의 답변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상처의 흔적의 연륜을 공감하는 결말의 과정에서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선포한다.


'엄마의 평안을 빕니다.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을 저의, 진심입니다'


이 단순한 진심이 나오기까지 주인공 문주 그녀는 인지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게 된 과정에서 그녀가 판단하고 그녀가 수용하고 그녀가 결심하게 된 동기를 찾게 된 것이다. 즉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을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으로 선언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결국 주인공을 악으로 변질시키게 만드는 큰 죄를 소설을 통해 이미 자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주인공의 별반 기대하지 않는 삶 속에서 큰 진심을 쏟아내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본질적이고 개별적인 것인지 알아차리라는 아니 알리라는 작가의 조용한 공격적 메시지로 규정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내가 누구인지 대해서는 심지어 나조차도 온전히 말할 수 없지만, 나를 증명해 줄 타자들로 인해 진실은 확인된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의 증인이 된다. 이것은 소설 속 이야기이면서 소설 밖 우리의 이야기다 " (서로가 서로의 전령이 되는. 추천의 글, 김미정 중에서)


-2024년 12월 겨울의 시작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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