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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

by movere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작가 '한강' 인터뷰 중에서)


술은 마시지 않고 커피는 끊고 좋아하는 여행마저 가지 않는다 하니 그럼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는 한강 작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는 그녀의 대답이다. 주목받고 싶지 않고 조용함을 좋아하는 그녀 다운 행복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책 이야기를 하자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동화처럼 담백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깔끔한 문장으로 쉽게 읽히는 구조로 짜여있는 책이다. 고개를 끄덕끄덕 격렬히 공감하면서 읽기보다는'행복해지길, 아니 불행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하게 잔잔하게 동감하면서 스며들게 읽히니 마음이 편안하다.


행복의 소박함은 교훈적인 측면에서 지극히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조립되고 형상화되어 있는 행복의 현실론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성향에서의 행복론을 강조한 책이 아닌가 싶다. 밋밋하지 않게 읽기 위해서는 우선 책의 성향과 독자의 성향이 어느 정도 매치되어야 할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무사안일주의로 게으르고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맹목적인 평화로움보다 때론 치열하게 부지런하고 때때로 희열도 느끼면서도 전체적인 수평적인 일상에서의 평화로움을 갈구하는 정당성을 이 책에서는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한다. 정당성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무턱대고 타인의 성향을 비난하지 말라는 뜻이다.


'별것 아닌 것은 별것 아니게 둬야 한다. 늘려야 할 건 포비야가 아니고 성향이다. 우린 그렇게 많은 곳이 아프지 않다'


안절부절 이것저것 쑤셔대며 일거리 만들면서 이루지도 못할 성취감에 현혹되어 좌절하는 그런 욕심에 휩싸인 어리석음 보다, 순리대로 강요하지 않고 내버려 둘 줄 알고 즐길 줄 알며 자신이 선호하는 성향에 집중하다 보면 노벨문학상과 같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이 세상이다. 자신의 선호에 충실하고 이에 노력한 결과이다.


정작 그 엄청난 도출의 결과가 현실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조용한 일상에 더 큰 감사를 할 줄 아는 게 진정한 행복의 자세다. 유도하고 조언하다 보면 강요하고 훈계하게 된다. 성향이란 성격처럼 변화하기 힘든 무형화된 정형체이다. 아니 도덕적 선악에 놓여있지 않은 이상, 변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아서 꾸준할 수 있다. 무엇을 남겨야 해서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그렇기에 꾸준함이란 미련함이 아닌 단단함이다. 요란한 세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사는 튼튼한 태도다'


대략 꾸준함이란 신념과 지조를 바탕으로 한다. 성직자와 같은 무결점주의는 아닐지라도 경직되지 않는 슬기와 지혜는 자신의 질서를 지켜준다. 꾸준하게 자기 것만 챙기는 삶과 다르게 꾸준하게 자기의 내실을 채우는 삶이 바로 주어진 삶의 단단함이다. 때론 삐딱한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행복함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서로 다름이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세상에는 오답을 너무 잘 알기에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같이 불행하고 실패하고 슬프고 우울하기에 반대로 어떻게 살아야 그러지 않을 수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게 부정이 가진 힘이라고 믿는다. 부정으로도 긍정을 쌓을 수 있다. 오답을 너무 잘 알면 오히려 정답을 잘 찾아낼 수 있듯'


가만히 놔두면 정화되고 정제될 수 있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본연의 성향을 나락으로 끌어들여 민낯을 보이게 하는 야만스런 행위보다는 억지스러운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편안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행복으로 느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이 타인의 대한 존중이며 조용한 행복이라는, 나의 왜곡되지 않는 나의 내면이 충만하길 빌어본다.


내가 모르는 완전한 타인들도 그들의 삶과 행복에만 집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고 서로 내버려 두길 간곡히 또한 빌어본다.


-2024년 많은 글을 쓰는 12월에 또 하나의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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