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URN FROM YOU, AND LISTEN TO THE WIND
비 내리는 문 강을 보고 싶어서, 지난번 아라야 리조트 커피숍 가는 길에 봐 두었던 선상 식당으로 향하였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들어서는 내게 직원 언니는 이곳은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고. 읭??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식당도 있나?
"커피는 아라야 리조트 커피숍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곳은 어제 갔었어요. 저는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커피 없다니까요."
"그럼 맥주는 마실 수 있어요?"
"지금 이 시간에 맥주요? 어 . . . 그럼 들어오세요."
직원이 불친절하거나 무례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혼자 온 낮 손님을 최선을 다해서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선상 식당이다. 스포를 하자면, 이 선상 식당에서 거나한 식사는 강비추 드리고 싶다. 이유는 화장실을 가 보면 안다.
아기자기한 선상 식당 내부.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주문하였다. 전혀 의도한 바 아니었던 낮술. 술은 역시 낮술이라고 생각하는 전직 술꾼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우기의 메콩 강은 처음이었는데, 지난 번 건기 때 봤던 메콩 강과 비교불가 강 수위가 높았다. 사진이고 비가 내리지 않아서 매우 고요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유속이 빨라서 강물이 사납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메콩 강은 라오스 타켁 지방과 태국 이싼 지방, 그러니까, 라오스와 태국 국경을 따라 흐른다. 콩찌암 국경 연락사무소 앞 라오 시장이 서는 강변 너머가 라오스다. 여러 이유로 미얀마 만큼 가슴 아픈 라오스.
슬픈 라오스를 비어 창과 함께 꿀꺽 꿀꺽, 마시고 있으려니 문 강 위로 비가 내렸다.
이곳까지 걸어오느라 흘렸던 땀과 더위가 금세 식을 만큼 식당 위를 살랑거리던 강바람은
문 강 위로 세차게 낙하하는 비의 속도를 힘입어 순식간에 사위를 밀고 들어왔다가 쓸어가는 강풍으로 바뀌었다. 우기 문 강이어서 수량이 많은데,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유속이 빨라져 부레옥잠이 거의 빛의 속도로 떠내려 온다.
문 강 위로 폭풍처럼 비가 쏟아졌다. 시각적으로도 체감 상으로도, 청량감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비바람이 강 표면 위를 휩쓸고 가는데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았고, 평온하였다. 심지어 나른한 처량함까지. 나의 불안증은 내 집에서의 일상 생활 한정이구나. 지금까지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또 스스로를 부양하여왔던 그 경제력이 하루 아침에 없어졌으니, 어떻게 불안하고 무섭지 않을 수 있겠나. 지금처럼 삶이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일어서기에 나는 훌쩍 나이 들었고, 나의 경력은 이미 낡았으니까.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시원한 스콜이 강 물 위만 쓸고 지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불안과 염려와 무서움과 서글픔까지 다 쓸어가버리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하니, 내 정신을 휘감은 악의 깊은 생각들,
실재하는 어두운 꿈들이여!
나는 네게서 돌아서서 바람에 귀 기울인다
못 알아봤으나 오래도록 휘몰아쳐왔던 그 바람에.
Hence, viper thoughts, that coil around my mind,
Reality's dark dream!
I turn from you, and listen to the wind,
Which long has raved unnoticed.
from Dejection: An Ode by S. T. Coleridge (낙망의 노래--S. T. 콜리지)
평생 나를 괴롭혀온 악의 깊은 걱정과 상념들로부터 몹시도 돌아서고 싶었다. 빛의 속도로 떠내려와 내 시야로부터 사라지는 부레옥잠처럼 영원토록 멀리 보내고 싶었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실체를 가진다면, 두 손으로 꼭 붙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