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하늘을 내리 맞으며 회갈색 나무들이
거친 외투의 단추를 잠그고 있어요
나는 넓은 들판에 서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바람을
맨몸으로 맞고 있어요
나무들은 아직 때가 아닌 듯 두꺼운 외투 안으로
봄을 숨기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봄의 노란 향기가 외투의 틈 사이로
삐져나오려 하면 나무는 매섭게 틈을 닫아버립니다
나는 나무 옆에 서서 쓴 눈물을 흘리지만
바람은 점점 날을 세워 나를 깎아냅니다.
그래도 알아요
곧 나무들이 회갈색 외투를 벗어 던질거라는 것을
시간이 없어요.
나무들이 숨겨둔 봄을 꺼내 온 세상에 펼쳐 줄 때
당신도 봄처럼 나에게 와줘요
가을의 달같이 떠나간 당신
봄처럼 나를 안아주세요
하늘이 민트빛으로 모두를 안아주듯이
눈물이 바람의 칼날에 산산조각 나기 전에
봄 향기의 사랑으로 나에게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