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by 글셩글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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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손바닥만 한 전화기 세상만 보는 아이야


햇빛을 등지고 흐르는 시원한 냇물에

느긋하게 잠자는 다슬기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전깃줄에나 풀잎에나 담장에나

얇은 날개 쉬고 있는 잠자리들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골목 안으로 가로수 옆

수다스럽게 날아다니는 참새떼를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주렁주렁 메주 향긋

아랫묵 뜨끈하고

창호지 들썩여

엉덩이는 뜨겁고

코끝은 차가운

할머니 시골방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 미안해


손바닥만 한 전화기 세상을 좋아하는 아이야

그래도 우리

지금도 멋진 진짜 세상을 보러 가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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