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미루어 둔 설거지 앞에
무겁고 복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후아-
마음을 가다듬고
뜨거운 물로
그릇을 불리는데
열어 둔 창문으로
봄바람이 스윽-
밖은 온통 흑색인데
넌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어디서 불어 온 녀석이길래
온몸에 냉이며 개나리며 매화 향기를
달고 온 걸까
어디서 놀다 온 녀석이길래
푸르렀다 노랬다 하얬다 하며
캄캄한 밤을 놀리는 걸까
사연이 어떻든 고마워
설거지 앞에서
월요병 전조증상이 오려다
너 때문에 쏙 가버렸으니
뜨거운 물에
그릇들이 뽀득뽀득
씻기듯이
잠시 나도 봄바람 샤워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