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샤워

by 글셩글셩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0323000545_6_filter.jpeg




일요일 밤

미루어 둔 설거지 앞에

무겁고 복잡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후아-

마음을 가다듬고

뜨거운 물로

그릇을 불리는데


열어 둔 창문으로

봄바람이 스윽-

밖은 온통 흑색인데

넌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어디서 불어 온 녀석이길래

온몸에 냉이며 개나리며 매화 향기를

달고 온 걸까


어디서 놀다 온 녀석이길래

푸르렀다 노랬다 하얬다 하며

캄캄한 밤을 놀리는 걸까


사연이 어떻든 고

설거지 앞에서

월요병 전조증상이 오려다

너 때문에 쏙 가버렸으니


뜨거운 물에

그릇들이 뽀득뽀득

씻기듯이

잠시 나도 봄바람 샤워를 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준비되지 못한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