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짜리 방안에
가득 찬 건 답답함뿐
그래, 끼니라도 때우자하여
집 밖을 나서는데
벚꽃이 흠칫 놀랄 만큼 두꺼운 잠바를 걸치고
주머니 속 돈을 끄집어 내보이니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 두어 장만 손바닥에
녹슨 자전거를 비틀비틀 몰아
도착한 편의점에서
손에 쥔 건 컵라면 단 하나
바로 옆 국숫집에서 문을 열어젖히고
심술궂게 퍼다 뿌리는 멸치국물 냄새를
온몸으로 맞으며
편의점 앞 의자에서 물에 잠긴 면을 힐끔 보다
아직 때가 아닌 듯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데
푸른 하늘은 눈동자를 겉돌고 그 안에는
흐느끼며 내리는 굵은 눈이
벚나무에 앉아 꽃이 파리하게 떨린다
봄이 오긴 온 것인가
모두에게 온 것인가
그만 멈추어버린 듯
꽃잎에 올라 탄 눈이
응어리져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