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하늘이 꺼메지고
나무 이파리들도 집들도
본연의 색을 잃고
무거운 공기가 땅에 스미어
물비린내가 땅에서 올라온다
아, 비가 오려나 보다
생각에 잠기고
곧 빗방울은 빗줄기가 된다
비가 오리라 잘도 알아채면서
그 좋은 코로 네가 떠나리라
왜 몰랐을까
아니, 사실은 확실치 않다
눈치채지 못한 건지
눈치채지 않았던 건지
어쩌면 비릿한 이별 내음이
너에게서 진동하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땅에서 튀어 오르는 빗물을 향해
이미 씻겨진 비 비린내를
소용없이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