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사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 후로 1년, 무엇을 느끼나?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날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의 어느 특정 동네를 걷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마주치는 사람의 반은 외국인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외국인들의 방문 1순위로 꼽히는 서울의 명동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2023년, 코로나의 빗장이 풀렸고 최근에 나는 명동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저녁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명동 길거리의 불빛은 모두 노점상들이 빛을 내고 있었고, 잠시 스쳐서 봤음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명동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미디어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모습을 접하는 시대가 된 것을 느낄 수 있다. 가히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가 열풍인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어에 관심이 있던 나는 우리나라 언어인 한국어에도 관심이 생겼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따기로 한다. 구체적인 한국어 강의를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고, 일단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취득해 놓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취미로라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과정을 밟았다.
교원 자격증을 따고 시작한 한국어 강의.
그렇게 프랑스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시작한 지 1년이 흘렀다
(왜 프랑스인 대상으로 시작했는지는 지난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지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경험을 발판 삼아 첫 수업을 시작하였고, 프랑스어로 한국어를 설명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제일 기본적인 한글의 개념인 자음, 모음부터가 문제였다. 우리는 어릴 때, ㄱ,ㄴ,ㄷ,ㄹ,ㅁ,ㅂ,ㅅ....... 과 같은 자음을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과 같이 발음을 하며 배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한글의 ㅎ자도 모르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발음을 따라 하기란 쉽지도 않고, 발음을 쓰며 설명하다고 해도 일단 읽지를 못해 어떻게 읽는지를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나는 '그, 느, 드, 르'와 같이 음절의 발음이 어떻게 되는지를 가르쳤고, 모음 ㅏ,ㅑ,ㅓ,ㅕ,ㅜ,ㅠ.... 를 통해 가, 나, 다, 라, 마...라고 발음하며 가르쳤다. 이러한 방법으로 가르치니 수강생들이 이해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어 강의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해보지 않은 것이기에 그냥 막연하게 망설이는 마음이 컸고,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흘러보네야 만 했다. 이는 마치 내가 프랑스어를 처음 가르치기 전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그러나, 프랑스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또한 한번 시작을 하니, 수업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첫 수업을 끝내고 난 뒤, 뿌듯한 감정이 밀려왔던 것을 기억한다. '해냈다', '어찌 됐든 첫 수업이 끝났다'라고 속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수업을 하며 나는 스스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우리 인간은 모두 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해내고 만다는 것이다.
현재 1년이 넘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반이 있다. 현재 내 강의를 듣고 있는 프랑스인은 총 5명.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가르쳐야 하는 한국어 문법은 늘어갔고, 내가 알지 못하던 문법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을 새삼 느낀다. 가르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 한국인은 어릴 때 한국어 문장을 만들기까지 특정 '문법'이라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말하고 있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문장에는 다양한 문법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전에 항상 한국어 문법을 공부해야 했고, 새로운 문법을 접할 때마다,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하던 한국어를 생각하게 된다.
한국어는 나에게 새로운 외국어로 다가오고 있다. 매번 새로운 문법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를 다시 생각해 보고,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한국어는 쉬운 언어일까, 어려운 언어 일까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낀 나의 답은 꽤 쉬운 언어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또 다른 나의 콘텐츠가 쌓여가고 있다. 프랑스어 강의, 한국어 강의를 통해 또 새로운 나만의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