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투안 Feb 19. 2024

기다림의 미학이 오늘날 중요한 이유

 언제부턴가 우리는 무엇이든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빠르지 않은 서비스는 도태되기까지 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날 주문하면 그다음 날 새벽에 배송완료가 되는 나라는 찾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서비스에 익숙한 나머지 배송이 하루 이상 걸리면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나 하고 운송장번호를 넣고 내가 주문한 상품이 어디쯤인지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한다.


 아이폰 3gs가 처음 나왔던 시기를 기억한다. 2023년 말 아이폰 15시리즈가 나왔고,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매년 아이폰은 숫자 1을 더해가며 업데이트된다. 그리고 유튜브에는 출시가 무섭게 그전 버전과 비교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이러한 영상에서 빠지지 않고 하는 테스트는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느냐를 알아보는 것이다. 


 초등학교시절 윈도우 95 운영체제가 부팅이 되기까지 기다렸던 그때를 기억한다. 부팅이 완료되고 실제로 PC사용자가 프로그램 하나를 열기까지에는 몇 분이 소요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개인용 PC와 스마트폰의 보급 전 시대에는 영상과 미디어를 접하기 위해선 주로 TV를 찾았고, 세상의 흐름은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리고 TV에서 방영하는 각각의 프로그램 사이에는 몇십 분짜리의 광고를 봐야만 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선 기다리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기다린다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다. 지금은 유튜브 영상을 예로 들면, 광고를 보며 기다리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를 유도하며, 결제를 부축인다.


자, 현재 우리의 삶은 어떤가? 


 모든 것이 전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빠름을 욕망하는 시대다. 영상을 빠른 속도로 보기도 하고, 1분짜리 영상도 길어 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다음 영상으로 넘기고, 보통 30초가 넘지 않는 숏폼 형태의 영상이 대부분의 SNS영상의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러한 영상이 인기가 있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면 빠르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무서운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약점인 보상체계를 교모하게 조금씩 건드리며 세상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보상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데, 어떤이들은 보상을 조금 미루기도 하고, 빠른 보상을 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보상은 두가지 즉각보상과 지연보상으로 나뉜다. 즉각보상이란 우리가 기대하는 보상을 가능한 한 빨리 보상받아 가능한 한 빠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보상이고, 지연보상이란 그와 반대로 보상을 조금 나중으로 미뤄서 그 기쁨을 미래에 느끼고자 하는 보상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항상 빠르게 빠르게 얻고자 한다면 이 즉각보상의 욕망은 커지게 되고, 무엇이든 쉽게 기다리지 못하고, 빠름을 추구하게 된다. 즉,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고,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쾌락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충동적인 쇼핑, 자극적인 음식, SNS ,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되고 가장 최악의 수인 마약에 빠지기까지 한다. 


 지금 태어나는 어린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유튜브 영상을 접하고, 숏폼을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어른들은 아이들이 밥을 먹을 때나 본인이 할 일에 집중을 하고 싶을 때 아이들에게 이러한 영상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며 방치하는 모습을 식당이나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떠한 문제를 안고 살아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술과 의학이 매일 발전하고, 살기 좋아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기대하고 지금보다 더 빠른 무언가를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빠르다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갖은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지금부터라도, 의도적으로 느림을 추구하고, 기다림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3가지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