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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안토니오
Dec 01. 2022
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구나
미안하다 박태기나무야
어느 해부터인가 아파트 동 현관 입구
한쪽 정원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가 눈에 들어오니 나무 공부 이전엔 몰랐던
박태기나무
였음을
알게 되었다.
쪼끔 했던 녀석이 매년 커가고 있음을 눈치채고 나서 이듬해부터 가느다란 가지가 매년 풍성해 짐을 느끼고
있었는데
.
.
그러던 중 올해 여름 출입구 쪽으로 기울어진 녀석을 보았다.
현관에서 나오다 보면 시야 정면 높이까지 내려와 보였다
박태기는 외부 산책로를 지날 때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개구쟁이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산책로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입구를 침범한 대가(?)로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스치기도 하였을 것이다
.
심지어 개구쟁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며 그들의 눈높이에 보이는 나뭇잎을 스칠 때마다 나뭇잎은 상처를 받았다
.
사람들에 의해 피해 본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여름 끝에 박태기 열매가 열리기 시작 하자 부러진 나뭇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정원관리팀이 여태 모르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웠다.
통행로로 성장하는 박태기를 정원 안쪽으로 당겨서 똑바로 세워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작업을
요구해야겠다
생각하고 관리사무소로 향하던 중 다시 한번 박태기나무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열매 맺은 박태기나무는 고정물을 설치하여 안쪽으로 당기면 더 이상의 상처는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
조금 멀리서 전체 정원이 보이자 순간 멈칫했다.
박태기는 카가 커가면서 똑바로 위로 자라지 않고 크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인 보행로를 찾아 스스로 허리를 굽혔음이 보이게 되었다.
동향 아파트 정원이기에 해가 뜨는 오전마다 조금씩 해를 찾아 나왔을 것이다.
그랬구나 싶다. 위 로크면 이미 키 큰 산딸나무에 막힐 수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가을이 되어 한층 가벼워 보이는 박태기는 여름내 지켜온 공간에서 값진 씨앗을 폼 내며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다
부러진 나뭇가지도 잘 아물고 가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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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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