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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Dec 04. 2019

베니스 2019

별 내리는 산 마르코 광장

베니스에서 있었던 묘한 기억 관한 기록이다. 


저녁을 먹고 산 마르코 광장의 조용한 카페  었다. 호젓이 차를 마시면, 지금 쓰고 있는 곡의 마지막 소절생각날 것 같았다.


걱정한  플로리안 광장의 많은 카페들은 각기 투어리스트들로 다. 한동안 마땅 곳을 정하지 못해 서성 치 예정이라도 한 듯, 리 어렴풋이 불빛이 보이는 종탑로 향했다.


광장 입구 산 마르코 성당 건너편에 세워진 종탑은 노을 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채 늦은 밤의 타종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탑은 시간 끝난 듯, 텅 비어 있다. 경비원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허락도 없이 리베이터에 올랐다. 마지막 층에서 내 다시 가파른 계단을 르자 원형의 텅 빈 공간 나타난다. 사방으로 개방된 베란다를 통해 어온 선한 밤공기 자몽 . 공간 한 모퉁이에 하얀 천이 깔린 나무 테이블다.


달빛 받아 더욱 하얗게 빛 나는 이블 위에 스트라디바리우스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리고 <별 내리는 산 마르코 광장>의 첫 소절부터 용히 연주를 시작다. 종탑 정을 향해 피어오르는 도입부의 작은 선 점 깊이를 더해 산 마르코 광장 지나 멀리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밤바다 위로 울려 퍼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로 곤돌라들이 음악에 맞춰 흔들린다.


이윽고 연주의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 바로 그 순간에, 종탑의 종이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연주를 멈 다. <별 내리는 산 마르코 광장>의 마지막 장이 채워져 완성되는 순간이다. 연주가 끝이 났다. 정적의 오묘한 선율이 흐른다. 종소리마저 멈추자 빛 아래 바이올린과 나만 남았다.


바이올린을 눕혀놓고 턱을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을 닦았다. 베란다로 다가가 종탑 밖으로 상체를 내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검푸른 하늘 가득 별이 내 광장은 온통 별밭이 되어 있었다.

2019120203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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