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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Jan 03. 2019

일출, 인상 2019, 1873

2019.01.04 4 BUZZ spring 2019

[신년, 일출 2019]

신년 일출의 광경은 지구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다. 33번의 타종과 함께 한밤에 시작되는 2019년 새해는 아무런 몸짓도 없이 침묵 속에서 일출을 기다린다. 그러다 드디어 긴 어둠의 끝자락인 새벽이 -7시 26분 독도에서, 5분 뒤 간절곶에서- 형형색색 생명의 빛과 함께 끓어오르듯 열리며 우주는 빛의 언어로 신년의 첫새벽이 왔음을 세상에 전한다. 압도적인 붉은빛의 아름다움에 생각을 빼앗긴 군중들의 가슴은 구름 한 점 없이 텅 비어진다. 투명한 눈동자를 투과한 세상의 모든 빛들이 오묘한 색채로 그들의 가슴에 아른거린다. 그러나 그도 잠시, 곧 생각이 작동하고, 눈빛은 쫓기듯 바빠지며, 그들의 손은 하나같이 스마트 폰을 잡는다. 

신년, 일출 2019


[인상, 일출 1873]

안개 자욱한 검푸른 새벽 바다, 고요히 출렁이는 물결 위로 작은 배들이 떠다니고 수평선 너머 떠오른 태양이 세상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그 바닷가에 클로드 모네가 캔버스와 함께 넋을 잃고 서있다. 일출이 전하는 영롱하고도 오묘한 온갖 빛의 언어가 모네의 투명한 눈동자를 지나 텅 빈 가슴에 아른거린다. 그 짧은 순간의 신비로운 일출의 인상이 숨결과 맥박을 타고 그의 손을 지나 캔버스에 그려진다. 모네는 빛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세상을 캔버스에 옮기려 했다. 순간적으로 보이는 사물의 인상을 표현하려다 보니 그의 붓질은 재빠르고 자유분방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아름다운 그림은 당시의 사람들에겐 물감을 대충 칠한 무성의한 작품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모네를 조롱하기 위해 이 그림의 제목을 따서 '인상파'라고 불렀다. 그러나 모네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겨 평생 동안 스스로를 '인상주의자'라 불렀다.

인상, 일출 Impression, soleil levant 1873/ 클로드 모네


[일출: 내가 사라질 때]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겨 생각이 멈추고 가슴이 텅 비어질 때가 있다. 이 순간 나는 자연에 대한 아무런 생각의 더함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신비를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몰입의 에너지만 남고 내가 사라지는 아름다운 경험이다. 내가 사라짐으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행복감조차 내려지는 은총과 평화 가득한 순간이다. 그러나 생각이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패러다임이라는 보호막이 대상과 나 사이에 형성된다. 이제 더 이상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신비가 아닌 정보와 데이터에 뒤섞인 죽은 지식의 복제품이 되고 만다. 호흡하라. 일출을 경험한 사람은 일출에 대해 알 필요가 없으며, 일출과 하나 된 사람은 일출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 주시하라. 행복이란 나와 대상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사랑이 차오를 때 나와 대상이 둘이 아니듯, 행복은 존재들이 하나가 될 때 찾아오는 신비한 경험이다. 행복은 존재들의 조화로부터 생겨나는 생명의 선율이다. 일출과 나의 하나 됨은 지구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험이다.

2019010310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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