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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Mar 14. 2019

나는 누구죠?

연극 ^고백, 오 마이 갓^ 중에서 마지막 독백/ 페르소나에 대하여

나는 누구죠?


가문의 장손으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태어난 내가, 처음으로 들은 얘기는 '착하다'였습니다.


난 울지 않고, 싸우지 않고, 단정히 옷을 입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착한 아이라는 한 가지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 성적이 떨어지자 '착한 아이' 역할은 동생 몫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아무도 내게 새로운 역할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고, 유난히 외로움을 탔던 내가 생전 처음 스스로 선택한 역할은 뮤지션이었습니다.

난 기타를 연습하고 밴드 오디션을 통과하며, 그 역할 속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난 많은 역할들을 스스로 만들고 연기하며 살아왔습니다.

용맹스러운 군인, 신실한 남편, 친구 같은 아빠, 그리고 회사의 주목받는 CEO까지...

 

그러나 언제부턴가 가끔씩 내 모습이 낯설어졌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역할'이 아닌 원래의 '나'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속 착하지 않은 어린 아티스트가 내게 물어봅니다.


넌 누구니?


나는 누구죠?


2013091003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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