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본 수국이 핀 풍경
토토로 등산열차 2019
기차표를 끊었다.
이유부터 말하자면
그 어린아이 때문이다.
착하고 사랑스럽다가도
가끔씩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 아이의 이름은 ^토니즈 쁘리지아^,
내 마음 깊은 곳에 함께 산다.
오랜 조름에 못 이겨, 삼복 습도에
선풍기도 없는 산악기차를 탔다.
늙은 용접기차가 고된 관절 소리를 내며,
가파른 산길을 갈지자로 오르기 시작했다.
기차가 속도를 내자 열기에 더욱 흔들리고,
목을 타고 가슴으로 굵은 땀이 흘러내린다.
습기에 지쳐 흐릿해진 눈으로 아이를 보니,
별이 담긴 눈망울로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기차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서자
짙은 솔향기 머금은 급랭, 숲 바람이 들어온다.
검은 이끼가 낀 외길 터널을 지날 때엔
냉장고를 연듯한 서늘한 냉기에 눈이 번쩍 떠진다.
아이가 탄성을 질러 밖을 보니,
야생 멧돼지 가족이 비탈길을 내려오다 우리를 바라본다.
나를 감싸는 깊은 평화에 눈을 감았다.
아이와의 지난날들이 동화처럼 떠오른다.
선과 사랑, 그리고 순수의 신비...
환희에 찬 아이의 맑은 눈이 살포시 젖는다.
난 그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눈을 뜨고 창 밖을 보니
기찻길 옆으로
분홍, 파랑, 하얀 수국이 피어있다.
20190728013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