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와 아들이 매주 월요일 회사로 찾아온다.
점심을 함께 먹고 아내와 아들은 다시 집으로, 나는 회사로 돌아간다.
이직과 이사 후 집과 회사가 가까워져서 가능해진 새로운 풍경이다.
처음에는 이벤트처럼 진행된 감이 없지 않은데
이제는 월요일이면 두 식구를 어디로 데리고 가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재미,
잘 먹고 난 뒤 만족스러운 재미가 있다.
오늘도 아내와 아들이 회사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
버스 뒷문에서 안아올린 아들이 히히 웃는다.
"아빠, 서우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지~"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게 무색하게
서우는 이모가 사탕 주는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식당에 도착해 옆자리에 앉은 서우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빠 뭔가 예쁜데?"
"예뻐?" (가르마가 잘 타졌나 생각)
"응. 쫌 예뻐."
수줍게 웃는 아들의 미소에
어깨가 간지럽다.
나 왜 설레지? ㅋ
오늘따라 유난히 꼭 붙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는 아들의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살결이 좋다.
치덕치덕 만지는대로 바뀌지만 달라붙지 않는 찰흙같다.
마침내 밥을 거의 다 먹고 과연 오늘도 알바 이모가 사탕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식구들끼리 소근거리고 있는데,
아뿔싸. 오늘은 잊었나보다.
"아빠가 가서 얘기해줄까?"
"응. 서우도 가서 얘기할게."
척척척, 이모에게 향하는 아들의 팔이 씩씩하다.
"저기, 아이가 저번에 사탕 받은 걸 기억해서요."
"아~ 네네. ㅎㅎ 귀여워"
서우는 두 손을 모으고 이모를 빤히 본다.
막대사탕이 가득 든 봉지를 보여주는 넉넉한 이모와
넉넉한 달콤함이 부담스러운 부모 사이에서
서우는 3개를 집더니 보라색 1개, 오렌지색 1개로 정리하고 2개만 집는다.
하나 더 가져가라는 이모의 말에
엄마 아빠는 초조하고
서우는 깔끔하게 인사하고 나선다.
보라색 사탕 껍질을 먼저 까더니 입에 쏙 넣더니
내게 내민다.
"아빠도 한번 먹어봐."
보라색 사탕을 입에 넣고 있으니
오렌지색 사탕 껍질을 벗기고 나서
입에 쏙 넣는다.
"아빠 그거 줘봐."
"이거? 그럼 아빠 꺼는?"
"일단 줘봐."
입에 넣었던 사탕을 주니
자기 입에 다시 넣고 빨아보고
오렌지색 사탕을 다시 빨아보더니 씨익 웃는다.
몇 번을 내 입과 아들 입으로 사탕 2개가 번갈아 드나드는데
회의 시간이 임박해 초조한 아빠와 달리
오늘따라 업히지 않고 걸어가겠다는 아들의 시간은 느긋하기만 하다.
단 것의 힘을 실감한다.
회의 시간과 가족의 배웅 사이에서 홀로 밀고 당기며 갈팡질팡하던 나를
아내가 밀어준다.
밀어주는 힘에 아들에게 인사를 한다.
"서우야, 아빠가 이제 회의 시간이 있어서 회사 바로 들어가봐야해.
엄마랑 같이 손잡고 천천히 잘 가.
버스도 잘 타고."
"응 잘 가."
만났을 때와 식당에서 살갑던 아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사탕에 집중한다.
아쉬움에 뺨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지만
단 것의 힘은 강하다.
빨리 걷다 뛰다 회사에 가까이 가서야 뒤를 돌아본다.
보이지 않는 아내와 아들에게 손을 흔들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사탕 껍질을 만지작거리며
사무실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