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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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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Aug 20. 2016

아들이다

반갑다 내 아들 ^^

오늘은 원래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작게 있던 자궁근종이 커지며 배 밖에서 만져지고 눈으로도 보여서 초음파 검사로 정확히 진단하고 선생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번 자세히 못 본 심장을 먼저 보니 2심방 2심실이 뚜렷이 구분되고 아주 잘 뛴다. 등뼈와 갈비뼈가 촘촘하고 위도 잘 있다. 머리 둘레도 좋고, 키도 좋고, 팔다리 다 좋다. 양수가 충분해서 아이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근종들(3개)은 산도와 떨어져 있어 출산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말에 적잖이 안심이 됐다. 다만 위치가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음식 잘 먹고 족욕 꾸준히 하기로 했다.

발도장 꾹~!

혹시나 싶어 성별을 물어보려는데, 초음파 선생님이 먼저 "성별은 들으셨죠?" 하신다. 

반갑게 "아니요~!" 하는데 

"어? 못 들으셨어요? 아주 잘 보이는데요 ㅎㅎ 이따 진료받으실 때 물어보시면 알려주실 거예요."

우와... 아내와 나는 둘 다 약간 흥분하기 시작했다. 과연 아들일까, 딸일까. 아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종종거렸다. 그런데 잘 보인다라고 하면... 딸은 보일 게 없지 않나? 하며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원장님은 아이가 아주 잘 크고 있으며, 음식 조절 잘 하면 된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근종에 대해서는 근종 자체보다 이미 어쩔 수 없는 걸 자꾸 신경 쓰는 습관이 핵심이라고 하시며, 이 닦는 습관처럼 근종을 신경 쓰고 걱정하는 습관이 든 거라는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아내는 매일 아침 배 밖으로 불룩 튀어나온 근종을 만지며 걱정하고 불안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게 너무 당연하다. 만져지고 눈에 보이는데 당연히 신경 쓰이지 ㅠㅠ 그러면서 덧붙이신 말씀이 도 닦는 거랑 비슷하다고, 도 닦으라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고 하시는 말씀이 와 닿았다.


진료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아까 초음파 선생님께서 성별 얘기 여쭤보면 말씀해주실 거라고 했어요 ㅎㅎ"

"아, 아직 못 들으셨어요?"

"네. 아주 잘 보인다고 하시던대요."

그러자 원장님이 사진을 슥슥 넘기더니 한 장을 가리키며

"잘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이겠어요. 뭐가 있어야 보이지~" 

사진에는 맛동산 1/4개 크기의 '꼬추'가 보였다. 땅콩 같기도 한 그것.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한 와중에 흐흐 웃음이 났다. 아내도 흐흐 웃으면서도 아들의 엄마가 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 없다며 벙벙해했다. 나 역시 딸이라고 하면 좋으면서도 딸은 어떻게 자라고 키워야 하나 막막했을 것 같아서 공감이 됐다. 내심 딸을 바랐던 아내는 아쉬워하면서도, 아들이어서 시댁 어른들이 좋아하시겠다, 오히려 잘 됐다며 좋은 쪽을 보았다. 참 현명한 아내다. ^^


양가 어른들께 전화로 소식을 알려드리니 좋아하신다. 아빠는 예전에 딸이었으면 하셨지만 아들이라고 하니 내심 좋으신 눈치인 것 같기도 하고? ㅎㅎ 통화하고 나니 봄이가 크면 이제 같이 축구도 하고, 목욕탕도 가고, 지리산 종주도 하고, 수영도 하겠구나 상상하니 너무 좋다. ㅋㅋ 아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기 위해 체력관리해야지. 그러면서 아빠랑 아들이 짝이 되니까 둘째가 딸이 나오면 2:2로 딱 좋겠다 싶다. 일단 봄이부터 잘 낳고 키우는 게 먼저지만... ㅋㅋ 상상이 빠른 걸 어쩌겠나. 


어쨌든...

아들이다!

:-)


봄이야, 너 오고 참 반가웠는데 아들이라고 알고 나니 또 새롭게 반갑다. 이미 아들이었을 텐데 엄마, 아빠가 아들이니 딸이니 했던 게 웃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뭐가 나올지 모를 보물상자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어. 오늘 뜻하지 않은 타이밍에 상자를 열었고, 아들이라는 보물을 만나서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이제 너를 맞이할 준비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해나가야지. 지금처럼만 쑥쑥 건강하게 지내고 겨울에 눈 마주치며 인사하자. 오늘 반가웠어, 내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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