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첫칭찬의 의미

아빠의 첫칭찬, 엄마의 마지막칭찬

by 앤트윤antyoon

기억에 남는 칭찬들이 있다.

Words by Jeong-Yoon Lee


아마도 가장 기억에 찐하게 남아 있는 건 9살 때의 첫 칭찬이다. “정윤이는 밥을 참 예쁘게 푸네.” 가족이 화목한 편이긴 했지만, 부모님의 부부싸움은 제법 살벌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 안에서 아빠가 내게 건넨 칭찬, 그리고 그 칭찬을 듣게 된 사연이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하다.


아빠는 내 기준에서 엄청난 미식가다. 입이 짧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유독 좋아했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곳곳을 다니며 지역 특산물을 챙겨 먹었고, 때가 되면 제철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식탁에 올랐다. 그래서 엄마의 요리 실력은 거의 미슐랭 3스타에 견줄 만큼 성장했다. 다룰 수 없는 식재료가 없을 정도였다.


엄마가 아빠를 위해 요리하는 모습은 내 10대 전체를 관통하는 풍경이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이 좋아 보여 초등학교 2학년 때 스스로 밥을 해보고 싶었다. 쌀을 씻고, 불리고, 전기밥통에 넣고, 손등으로 물양을 체크하고, 뜸을 들여 첫 밥 짓기에 성공했다. 아주 보슬보슬하게 잘 되었다.


엄마가 미리 만들어둔 밑반찬과 찌개, 국으로 밥상을 차리고, 내가 지은 밥을 자랑스럽게 밥공기에 퍼서 “이거 내가 한 밥이야”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그때 아빠는 “정윤이는 밥을 참 예쁘게 푼다”고 했다.


20대 때는 그게 칭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을 쉬지 않고 해서 ‘개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지런함의 상징인 ‘개미’라는 말 자체가 칭찬이었다. 알바부터 직장생활까지 어디에서든 성실함, 꾸준함, 부지런함, 일머리 등 여러 칭찬을 받아왔다. 30대부터는 자아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서인지 ‘멘탈 쎄다’, ‘능력자’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놓친 어린 시절의 의미도 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방송이든 어디서든 “부모가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내가 내향적이고 실행력이 부족한 이유를 어릴 때 엄마의 칭찬 결핍 때문이라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아빠가 가족이 모여있을 때 종종 들려주는 말이 있다. 어느 날 엄마가 집에서 아빠에게 “정윤이는 똥도 버릴 게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몰랐다. 엄마가 왜 그런 칭찬을 내 앞에서는 하지 않았는지.


엄마는 표현이 서툴렀고, 내가 잘못된 길로 가거나 정직하지 못하게 행동할 때만 온 에너지를 써서 무섭게 혼냈다. 그래서 칭찬에는 유난히 야박하다고 느꼈다.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타도, 학교 성적이 3등이어도 엄마는 “잘했네”라는 칭찬을 잘 안 해줬다.


그래서 내 자격에 대한 의심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기 검증이 깊어지다 보니 더 그랬다. 하지만 더 늙기 전에, 엄마가 어릴 때 “정윤이는 똥도 버릴 게 없다”고 말했었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듣고 엄청난 확신을 얻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빠의 “밥을 참 예쁘게 푸네”에서 시작된 흐름처럼, 나는 뭐든 예쁘게 하는 걸 좋아한다.


뭘 하나 해도 아름답게, 성실하게, 완성도 높게 하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 되었고, 그게 바로 내 첫 칭찬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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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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