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성과 인간성, 그리고 판단력
2026년에 내가 나에게 요구하는 감각 리포트
Words by Jeong-Yoon Lee
나에게 있어 2026년의 핵심 키워드는 ‘근본’도 아닌 순수성이다. 순수성을 잃는 순간, 가장 날것의 재미와 진짜 나를 보여주기가 어려워진다. 복제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순수함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계발 같은 정보에 과도하게 노출되기보다는, 사람의 본성이나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인간성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느낀다. 순수한 인간성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 AI 시대에서도 나를 지키며 버틸 수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웃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분명히 있었다. 여기서 어떤 농담을 던지면 애들이 웃을까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부족한 사회성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웃을 때인가? 더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순수함보다는 ‘쓸모’에 집중해왔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그 시절의 순수했던 호기심을 다시 찾고 싶어졌다. 매일같이 하던 상상,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는 욕망. 지금까지 살아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한 치열함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와 결과를 얻고 나면, 어릴 적의 원초적이고 판타지적인 모습이 다시 절실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모순이고, 딜레마이며, 끝없는 반복이다. 나만 그런가 싶지만, 사실 모두가 그렇다.
요즘은 더욱더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하고, 대화를 잘 풀어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티키타카가 좋은 대화를 듣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다. ‘대화란 이런 거구나’ 싶을 때도 있다. 반면에, 듣기만 해도 피로감이 쌓이는 대화도 분명 존재한다.
사람이 느끼는 모멸감과 모욕감은 얼마나 큰 복수심을 불러일으킬까. 누구나 한 번쯤은 긁히는 문제일까. 복수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세상은 누구에게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일을 던진다. 차이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연말이면 갑작스레 터지는 연예계기사들을 보면서 인간적으로 생각해 볼거리가 던져진다.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어차피 벌어진 일 피할 수 없다면 똑똑하게 반응해야 한다.
순간의 감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침묵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 분명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침묵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특히 공인이라면 수많은 억측과 왜곡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미지가 곧 생명인 공인뿐 아니라, 결국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가장 잘 안다. 잘못했다면 사과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지면 된다. 잘못이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억울함이 남지 않을 만큼 싸워서 이겨야 한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