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2 7화까지 감상평

머릿속에 ‘왜 안 돼?’라는 질문이 기본값처럼 탑재된 사람들

by 앤트윤antyoon

모든 것은 기본기에서 나온다.

Words by Jeong-Yoon Lee


흑백요리사를 무척 몰입해서 재미나게 보고 있는 현시점, 저의 생각은 결국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입니다. 뭐, 다들 느끼시겠죠. 백수저와 흑수저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둘 다 번갈아 가면서 응원하게 됩니다. 결국 도전하는 모두를 응원하게 되는 거죠.


개인전을 할 때는 정말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깊이감과 스타일에 놀라게 되고, 역시 고수의 맛이겠구나(맛볼 수는 없지만) 심사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또 흑수저의 개인전을 보면 숨은 고수를 만난 느낌이 듭니다.

‘아, 이 사람들도 자기가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었구나. 오롯이 묵묵하게 걸어온 자기 길을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들이었구나.’


그런데 이건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실력이 기본이라면, 운은 정말 따라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흑수저 중에 운이 따라 미쉐린 스타를 먼저 받게 되었다면, 아마도 백수저에 합류하게 되었겠죠.


또 다른 시선은, 어떤 ‘틀’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연륜이나 경력에서 느껴지는 백수저의 올곧음이 대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흑수저가 늘 새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올곧음이 전략적으로 먹힐 때를 판단하고 바로 실행하는 모습이 보이죠. 이 역시 둘 다에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계시는 분들은 결코 그냥 그 자리에 있어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더더 들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과감하게 나서고, 후배들의 도전과 성장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이 시대의 리더다운, 인재다운 면모이기도 했습니다. 틀은 결국 보는 사람이 가지는 것 같습니다.


‘미쳤다’, ‘가지고 논다’라는 느낌을 풍기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을까요. 사람마다 ‘열심히’의 기준도 다르고, 실패의 기준도 다릅니다. 백 번 도전해도 안 된다며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 겨우 백 번 도전했네, 만 번은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버티고, 늦은 속도감이라도 성장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게 되는 기회를 잡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류의 예능을 좋아해서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입니다.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저들의 도전 의식을 보며 감동받아 ‘나도 당장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그래, 이래서 나는 안 됐구나’라는 실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서바이벌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종종 저 자신을 그 공간 안에 두어봅니다. 나라면 저런 조건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사랑에서도 밀당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에서도 강약 조절은 해야겠죠. 인생도 파도처럼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듯이, 어차피 다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생기면 도전해 볼 수 있을까?를 매번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손종원 셰프님이 유독 눈길이 갑니다. 사람에게서 모든 것에 기품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말, 행동, 생각, 피지컬, 습관까지 모든 것에서 ‘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원래 고고함 뒤에는 처절함이 반드시 따라붙는 법이기에, 지금의 손종원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력을 갈고닦았을지 상상조차 쉽지 않더라고요.


그에 반해 요리괴물님도 눈길이 갑니다. 같이 일하고 싶었다가, 또 한편으로는 무서웠다가 두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성향입니다. 똑 부러지는 스타일인가 싶다가도, 유연함이 없나 싶기도 하지만,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실한 신뢰와 맛에 대한 감각만은 정말 타고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삐딱한 천재’ 같은 인재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머릿속에 ‘왜 안 돼?’라는 질문이 기본값처럼 탑재된 사람들 말이죠. 결과는 결국 세상이 알아주겠죠. 자꾸 웃음이 나오는 최강록 셰프님도 그렇습니다. 이름은 워낙 자주 들었지만,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아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중식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던 중식마녀님 역시 팀전에서 확실히 느껴졌던 대체 불가능한 실력자였습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흑백요리사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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