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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오아쿠아 Aug 16. 2023

사실 살고 싶지 않았다 4

빈틈의 시간이 주는 온전한 하루

아침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뻑뻑하고 건조해진 눈은 바로 뜨면 찢어질 거 같았다.

화장실 선반에 있는 안구 건조 완화젤을 양쪽 눈에 넣고 천천히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가슴이 방망이질하듯 불안하고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끼는 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내가 공황 장애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눈을 감고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정수리부터 시작한 두통도 함께 동반되었다.


수년 전부터 반복되는 공황 장애는 나를 지옥으로 데리고 간다.

그때마다 살고 싶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고 나아질 때부터 시작해서 수차례 반복되는 장애를 겪다 보니 내가 나를 치유하는 힘이 조금 생겼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고 뒤죽박죽 실타래가 엉켜 있듯 답도 없고 불안한 마음에 발만 동동 거리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염없이 블랙 홀로 빠지는 느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걷고 또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비로소 여유와 빈틈을 갖게 되었다.

그 여유는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사이의 빈틈이 만들어 준 것이다.


빈틈의 시간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한다.

우울감과 좌절감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빈틈의 시간을 만들었던 거 같다.


내 주변 사람들, 걸을 수 있는 한강과 공원의 자연 그 자체로 선물이자 기적이라고 여겨지니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루의 주어진 삶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의 삶을 이루고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본다.


온전하게 하루를 의식하고 살아가는 빈틈의 시간들이 다시 크게 숨을 쉬며  살아가는 에너지를 준다.

왜 살고 싶지 않았을까?

사실 살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이쯤 돼서 얼굴을 만져보니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땀은 거친 숨을 내쉬며 온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애썼던 부정적인 물이었고 눈물은 감정을 다스리다 나온 정화의 물이다



남편의 부재, 경제적 타격, 혼자서 다 해결해야 하는 버거움 등이 분명히 원인이 되었지만 온전히 하루를 잘 살지 못한 내가 나를 병들고 아프게 했다.


내 삶을 온전히 충만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았다.

많지 않았다. 나와 엄마 그리고 딸아이가 떠올랐다.


그들과 정성을 다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게 된다.


빈틈의 시간이 주는 여유의 선물인 오늘을 온전히 사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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