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첫 참가
10킬로를 완주하며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자마자 처음으로 나는 9월에 있는 제9회 어울림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을 해버렸다.
나는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단 저지르고 본다.
참가 신청을 한 후에 무조건 나가서 뛰었다. 두 달간 매일매일 뛰었다.
처음 한 달은 3,4킬로로 두 달째는 5,6킬로를 트랙에서 뛰었다.
10킬로를 결국 뛰어보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뚝섬에 오전 8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수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뛴다고 생각하니 조금 어지러웠다. 나는 아주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며 출발을 알리는 스피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욕심내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무념무상인 상태로 뛰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달리기 시작했다. 페이스는 7분대로 끝까지 달려보기로 마음먹고 달렸다.
트랙에서 뛸 때와는 조금 달랐다. 오르막길이 수차례 있어서 힘든 구간이 여러 번 있었다.
4킬로를 넘어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나의 의식이 몸을 애써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다.
달리면서 뺨에 와닿는 강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5킬로 반환점에서 수고했어요. “ 멋져요”. 등등 응원하는 함성과 물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나는 물 한 모금 가볍게 축이고 계속 달렸다.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에서 5킬로 페이스 6.23을 알려주었다.
트랙에서 연습할 때 6킬로를 6분대로 뛰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나는 완주를 했을 때 7분대를 예상했지만 마음만은 6분대로 찍고 싶었다.
정말 신기했다. 6킬로를 넘어가면서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도 우리가 한 만큼 정확히 기억한다. 내가 해왔던 킬로수를 넘어가니 온몸이 부서지는 통증이 밀려왔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중간에 걷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쉬지 않고 달렸다.
조금은 앞사람들도 제쳐가며 달리다가 띠라 잡히기도 하며 내기 달리는 페이스에도 역동적인 몸부림과 소리 없는 경쟁이 있었다. 달리면서 우리의 삶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잠시 하는 순간 속도가 늦춰졌다.
다시 무념무상인 상태로 달리다 보니 6분대를 기록하며 뛰고 있었다.
마지막 1킬로 푯말이 보이고 그때부터 조금 더 속도를 내었다.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기에 힘껏 달렸다.
눈앞에 처음 출발했던 곳이 보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저기 끼지 달리면 끝난다는 기쁨과 기록에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10킬로를 6분 53초로 끊었다. 한 시간 하고 8분이 더 걸렸다.
나의 다음 목표는 한 시간 안으로 들어오는 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나눠주는 빵과 물을 급속도로 먹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가끔씩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의 눈 맞춤은 상쾌했다.
무턱대고 신청한 마라톤 대회는 매일같이 달리기를 해온 덕분에 가능했고 완주할 수 있었다.
10킬로 완주를 하고 나서 나의 몸과 마음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우리 몸은 내가 한 만큼만 정확히 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왔던 6킬로는 수월했지만 그 후로는 정신력과 갖고 있는 체력으로 완주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매번 귀찮고 나가기 싫었던 날들도 나가서 뛰었던 나를 … 힘들지만 잘 살기 위해 뛰었던 나를… 우울하고 힘든 상황을 더 무겁게 안 만들고 노력했던 나를….
또다시 시작하는 나의 일도 운동도 꾸준한 게 할 수 있는 힘을 나에게 주었다고….
“오늘 수고했고 멋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