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우리는
너무나도 긴 코로나 팬데믹으로 보통의 일상이 아닌 게 돼버린 지 2년 가까이 보냈다.
곧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 백신 접종 후 함부르크와 베를린을 짧게 다녀왔다.
오랜만의 집을 벗어난 여름 여행은 새롭게 다가오고 이런저런 벅찬 마음으로 때때로 채워지곤 했다.
아이들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매번 여행 때마다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했다.
유학원의 사기로 비자문제, 학교문제는 다 꼬였고 기본적인 주방시설도 아예 되어있지 않은 것은 정말 멘붕이었다. 독일은 조명등 주방 설비며 그 어떤 가구도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혀 몰랐던 나는 주방 없이 두 달을 버텼다.
한 번은 마트 가서 사 온 피넛버터를 밥 숟가락으로 거의 한통을 퍼 먹었다. 배도 고프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졌다.
두 달이 지난 후 우여곡절 끝에 택배상자를 배송받았다. 그 안에 밥솥이 있었는데 한국서 가져온 쌀로 취사버튼을 누르는데 너무 행복했었다.
그 밥이 뭐라고 나는 밥솥하나에 목이 메고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반가웠고 뚜껑을 여는 순간 코끝에 진하게 전해오는 밥 냄새가 내 인생 최고의 향이었다. 맨밥을 아이들과 정신없이 퍼 먹었다. 달았다. 꿀맛이었다. 거의 세 달 만에 먹는 쌀밥이었다.
그간 지쳤던 마음과 독일에 대한 부정적 감장과 느낌이 조금은 씻겨나갔던 여행이었다.
카누를 타는 체험, 함부르크 미술관, 항구, 도시를 짧게 다녔지만 낭만적인 강가의 풍경들과 그 자연 속에서 빛났던 그곳의 사람들 일상, 음식을 고스란히 느끼고 즐겼다.
묵었던 호텔로 가는 길에 사 먹은 터키식당의 케밥(Dönner-되너)은 독일 내네 먹어본 되너 중 최고였다.
사실 터키에서 케밥은 우리나라로 보자면 바비큐애 가깝다. 두 가지의 밥과 구운 채소, 그릴에 구운 고기와 다양한 소스가 나온다.
독일사람도 잘 모르는 하겐이라는 시골마을이 우리 집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세탁을 했다. 세탁기는 열심히 우리의 여행흔적의 옷들을 돌리고 뜨거운 라면과 국물로 속을 달래고 간편하게 캡슐커피를 마시려다가 내심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에 원두를 갈아서 천천히 드립커피를 내렸다.
그 향기도 기억 속에 고스란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