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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by ANUK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다.

나도 태어나 딸이 처음이듯이.


첫째를 딸로 키우는 게 처음이고,

둘째는 아들로 키우는 게 처음이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다.


그 모든 게 처음인 가족이 집안의 관계를 형성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나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뭐가 다 처음이고, 뭐가 다 어렵고, 뭐가 다 힘들어서 모진 말들은 전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붓고는 또 뒤돌아서 후회한다.


그 상처가 다 벌어지면

그래서 고치기 힘들어지면

그렇게 마음에 가시가 박혀도

...


그렇다고 이해 못 할 수는 없는 거였다.


나만 힘든 거 아니다.

그래서 엄마의 처음을 나는 조금은 이해하려 한다.

아빠의 처음도, 그리고 동생의 처음도.

나도 딸로 엄마를 대하는 건 처음이니까.

엄마가 나를 이해하는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절반만이라도. 그 절반의 절반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 그렇게 오늘도 엄마의 손이나 한번 더 잡아볼 뿐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얘기해야지.

더 늦기 전에 말해야지.

사랑한다고.


사랑합니다. 엄마.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엄마 딸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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