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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UK Oct 09. 2024

죽고 싶다.

넌 내 장례식에 오지 마

Trigger W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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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

내가 말했었지, 아마.

난 언젠가 죽을 거라고.

내 손으로.

나를.

별로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노력하지만 모르겠다.

진심으로 웃었던 게 언제지.

오늘이 내일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행복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 행복이 뭐였지?

노력뿐인 행복 말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러다 죽겠지.

이러다 죽을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나뿐이었다.

아무도 나한테 관심 없었지.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내 행동이 어땠는지.

내 슬픔이 어떤 건지.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 거.

뭐 어떻게 죽든 내 자유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하기도 하고.

지금 죽어봤자 내 인생에 뭐가 더 남았나 잘 모르겠다.

가족도.

친구도.

내 속마음 따위 아무도 모른다.

정말

그냥

죽고 싶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 버텨보겠다고 애쓰는 게 더 버겁다.

지친다.


그래.

난 조금 지친 것 같다.

뭐가 문제였을까.

태어난 것 자체가 문제였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어.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뭘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애초에 잘하는 건 있었나.

버티고 싶지 않다.

내가 죽으면 눈물 흘릴 누군가가 한 명쯤은 있겠지.

가식적인 울음.

보고 싶지 않아.

죽을 용기를 내볼까.

이런 생각을 한 것도 수십 번째.

그걸 비웃듯이 나에게 죽을 용기조차 주지 않는다.

나에게만 가혹한 것 같은 나의 상황.

죽을 용기를 누군가 주기를.

그리고 너는 내 장례식에 오지 않기를.

아니, 그냥 나의 죽음만이 그 의미를 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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