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어느 날의 기억 한 조각
감기가 낫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들 알겠지만, 감기에는 정확한 약이 없다.
코가 훌쩍거리면 코감기약 먹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목이 아프면 목감기약을 먹고 그런 거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
감기가 낫는 방법은 당연하지만 죽지 않는 거다.
죽지만 않으면, 죽으려고 하지만 않으면 감기는 언젠가 낫는다.
우울증도 그렇다. 죽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낫는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저번에 썼던 자살 충동글은 실제로 내가 했던 생각이 들이다.
하지만 평생 갈 것 같은 우울증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 돌파구가 생길 거 같지 않아도 낫는다. 저절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듯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생각이 나지 않지.
나도 안다. 이 우울이 평생 지속될 거 같고 끝나지 않을 거 같고.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기 전에는 날 계속 괴롭힐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우울증을 쉽게 얘기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우울증이 감기와 같다는 비유는 진심이다. 얼마가 걸리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결국 나아지는 병이다. 내가 자살 충동이 들 때 이걸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차에 치여 죽거나 약을 먹어 죽거나 뛰어내리거나 하지 않으면 된다. 어쨌든 죽지 않으면 감기는 낫는다. 이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근데 우울증도 똑같다. 결국 뇌에서 작용하는 모든 심리학적 요인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걱정 따위들도. 내가 어렸을 때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듯이.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살아만 있어 보자. 결국 나아지겠지. 이 또한 지나가겠지.
- 이 글을 쓴 나도 좀 더 버텨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