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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우리 Jun 06. 2024

오늘의 학원

처음으로 학부모의 눈물을 닦아 준 날



"돈이... 없어요.."
라며 학부모가 아이의 학원을 끊으려 찾아왔다.
사정을 들어보니 남편이 이제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며
아이의 학원을 모두 그만두게 한 것이다.


영어학원을 갔다가, 수학학원을 갔다가
마지막으로 내 학원 차례였다.
"어머님, 그만두는 이유가 제가 맘에 들지 않거나
다른 학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면, 정말 돈 때문이면
그냥 계속 보내세요. "

이 말 한마디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학생의 어머니의 눈에서 울음이 터졌다.
정말로 그냥 터져버린 눈물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학부모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안아줬다.
토닥토닥.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위로였다.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무료로 가르쳐 줄 테니
신경 쓰지 마시라 강조하며 배웅했다.

돈이 없어서 자식의 학원을 끊으려 동네 한 바퀴를
걸었을 저 힘없는 걸음들. 축 처진 어깨.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학원을 다 그만두고 오라고
어두운 밤 나를 골목으로 내밀었던 그날.
열 살짜리 꼬마가 생애 처음 느낀 그 초라함.
달빛 비치던 좁고 그저 길었던
학원가는 그 골목이 사진처럼 가슴에 선명하다.


저 어머님에게도 그런 처량한 사진 한 장 찍혔을
생각 하니, 아련해서 괜스레 코 끝이 찡해지다
결국 울어버렸다. 저 뒷모습을 나만 봐서 다행이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일이 힘들어진 것 같다.
돈을 받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엄마들이 주는 돈 말고, 그냥 월급.
내 학원 강의료엔 슬픔을 공감하는 건
포함 돼 있지 않은데....
한 명 한 명의 삶이 내게 매일 불쑥 다가온다.
그저 나는 들어주고, 웃어주고,
그 자리에. 언제나 찾아오면 언제나 그곳에.
그게 나의 공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위로.


어머님과 아이가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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