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 대학 도서관 최고!
그러니까, 3월이 되어 '개강'을 했다.
와, 개강이래, 개강을 한다는데?
사이버 대학교의 수강신청은 솔직히 '쪼는 맛'이 없다. 어차피 수강 인원 제한이 없어서 '네이비즘'을 여는 수고 같은 건 필요없다. 그냥 아주 느-긋하게 수강 신청 기간 중간에 사이트에 접속해서 천-천히 클릭하면 되는 거였다.
이런, 긴장감이 없잖아, やれやれ。。。같은 소리를 한다기 보단, 솔직히 그냥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틈타 우다다 눌러서 별 감흥이 없는 것이긴 했다.
그래도 뭔가 대학생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라는 생각에 3월 9일 일요일, 외대 도서관으로 향했다.
Q. 사이버 외대생도 서울 외대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나요?
A. 네! 들어갈 수 있지요!
당당하게 모바일 학생증을 찍고 1열람실에 자리를 대여해서 앉은 나는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개인정보지만, 난 15학번이다. 지금은 25학번이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나왔는데도, 10년의 세월을 넘어 왕십리의 도서관에 앉았을 때 느꼈던 설레는 감정이 그대로 올라왔다.
노트북을 켜고, 수업을 들으며, 펜을 움직였다.
솔직히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공부를 아예 안했던 건 아니고, 독서실에 더러 가곤 했었는데, '대학생'이 되어 수업을 듣는다는 게 꽤 다른 감각이다 싶었다.
그리고 자의로 공부를 하는 시간이, 학생으로써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정말 소중했던 거구나 생각했다.
다음날의 출근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는 건 명확히 말하면 축복이다.
인생에서 그런 시간은 아주 순간일 것이다. 이미 놓쳐버린 시간에 언제나 후회하게 되는게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거의 6시간을 꼼짝없이 강의를 듣고 털래털래 걸어나왔다. 떠있던 해는 뉘엿거리고, 난 맥도날드의 창가에 앉아있었다.
괜히 감상적이 되진 않았다.
내일 출근이니까.
하지만, 대학에 침입한 것 같은 묘한 고양감에 씩 웃으며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교수님 얼굴 절대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