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hee An May 04. 2016

지상 최고의 변태 같은 마음

그것은 사랑

 군가를 사랑할 때,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났을 때는 이 사람만큼 매력 있고 나와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다시는 없을 거라 느껴진다. 그래서 이별을 겪으면 그 상실감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참 신기한 일이지. 아무리 전 사람이 끝내주게 멋진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다음 사람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더라고. 각기 다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가니까. 나 또한 이전 사랑들에 영향을 받아 전과는 조금은 나아진 새로운 사람이 되니까.

/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다시는 같은 것이 반복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까. 누군가와 독특하게 소통하던 방식은 한 번 끝나면 다시는 그 누구와도 반복할 수 없게 되지만, 그때 나누었던 언어의 형식과 마음의 모양새는 그대로 마음에 남아서 가끔은 그걸 꺼내놓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가장 친한 친구를 잃는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

/

이별은 사별이라는 연애관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정말 그래 보였다. 그리하여 나 또한 이제 고인이 되었겠으나, 나는 여전히 나의 가장 친했던 친구들을 가끔은 떠올린다. 미화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려 애쓰면서.

/

뜬금없이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은, 과연 봄은 사랑 타령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고, 가까운 친구가 이별의 후폭풍을 직격으로 맞아 술에 취해 오타 투성이인 문자를 보내며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고, 나 역시 누군가와 엮어온 영혼이 아직 완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해서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계속 사랑을 추구하며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

사실 사랑 타령은 사계절 밤낮 가리지 않고 해도 질리지 않지. 찌질함, 지긋지긋함,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과 영속 가능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또 다음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 바로 연애고 사랑이 아닐까. 아마도 뽕 같은 것이겠지.

/

그러므로 나는 과연 사랑만큼 변태 같은 마음이 또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