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이세상은
균형으로 시작되었다.
선과악
빛과 어둠, 낮과 밤,
사랑과 증오. 기쁨과 슬픔
ㆍㆍㆍㆍㆍ
모든 정보는 쌍을 이루며 춤을 추었다.
완전한 대칭은 혼돈을 질서로 묶어냈고,
질서는 생명을 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쌍을 이루지 못한 정보들이 흘러넘쳤다.
음란, 탐욕, 폭력
배신, 허무,타락
ㆍ ㆍㆍㆍㆍ
정보는 점점 불균형해졌고,
우주는 리셋을 선택했다.
노아시대 대홍수는 단순한 물리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보의 정화, 혼돈의 초기화였다.
방주에는 쌍을 이룬 정보들만 오를 수 있었다.
서로를 완성시키는 정보들.
그것들은 살아남았고,
우리는 그 잔해 위에서 다시 세상을 구축했다.
무지개는 약속했다
두번다시 리셋은 없다.
그러나…
시간은 또다시 뒤엉켰다.
소돔과 고모라는 더는 리셋조차 불가능한
오류의 도시에 이르렀다.
포맷.
우주는 플라즈마화,
즉 완전한 삭제를 선택했다.
롯(לוֹט, Lot) : 가려진자, 덮힌자, 숨겨진자.
그 와중에,
롯의 가족은 재부팅 키였다.
그들은 ‘소금’ 같은 존재였다.
녹아들되, 잊히지 않는 것.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그러나 한 사람이…
뒤돌아봤다.
초기화를 감상하려 했고,
과거를 다시 붙잡으려 했다.
그 순간,
롯의 아내는 비활성화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살아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재부팅이 아니라 복원을 시도하는 오류였다.
그녀는 소금기둥이 되었다.
복원을 시도하려 했던
불량정보들을
가두었다
오늘, 나는 묻는다.
나는 소금인가?
보이지 않아도 그 맛으로 증명되는 존재인가?
타인을 정결케 하고,
세상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살아 있는 정보인가?
아니면…
나는 소금기둥인가?
뒤를 돌아보며,
과거에 갇혀,
멈춰버린 기억으로 굳어버린 존재인가?
세상은 지금도 혼돈 속에 있다.
당신은 소금인가,
소금기둥인가?